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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Jul 17. 2022

타인과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나

"MBTI가 뭐예요?"


회사 점심시간, 동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눌 때 은근히 자주 나오는 주제다. 서로의 성격을 공감하고 파악하면서 재밌는 썰을 풀기에도 이만한 주제가 없다. 새로운 사람이 입사하면 이런 성격유형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어쩌다 가끔, 성격유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인 사람이 실제로는 매우 소심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모습을 나는 사회적 성격이라고 부른다. 내면은 누구보다 남을 좋아하고 활발한 사람도 사회로 나와 여러 상황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꽁꽁 숨기게 되는 현상. 혹은 반대로 남과 대화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감행하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성격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나름의 노하우로 발전한다.


사회적 성격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거나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기 본연의 성격과는 멀어지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억지로 연기하고 변화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본모습이 어땠는지,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때론 사람들을 만난 후 텅 빈 방안에 누워 멍하니 생각에 잠겨 허무함에 빠진 채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타인과 가까워지기 위해 다가갈수록 자기 자신과의 거리는 멀어진다. 이 부조리함은 마치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현상을 보인다. 타인과 자신 모두를 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개인만의 욕심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인간관계에 있어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적절함'이라 말하고 싶다. 타인과 나 사이의 선을 지킬 수 있는 적절한 거리, 그리고 나 자신과 비록 멀어질지라도 언제든 다시 되찾을 수 있을 적절한 거리는 꼭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거리를 유지하면 이도 저도 아닌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에서 불만이 생기고 트러블이 생기는 상대라면, 어쩌면 나와 애초부터 맞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시간이 흐르고, 유대관계가 깊어질수록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결국 타인과 나를 모두 품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마치 내 내면의 깊은 어둠마저 털어놓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처럼 말이다.

ⓒ 셔터스톡

인스타그램 @yh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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