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붙인다는 것.
소아과 가는 길에 달랑달랑 들고 나온 채집통.
뭐라도 넣어달라기에 소아과 화단에서
대충 지나가던 개미 한 마리를 잡아넣어주었다. (운도 없는 녀석...;)
개미 한 마리에 폴짝폴짝 신이 난 딸.
배고플지 모른다며 나뭇잎도 하나 넣어달란다.
- 개미 친구는 네가 가지고 있는 캐러멜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아빠랑 세바스찬이니 알버트니 머리를 맞대고 쫑알대다가
이 개미 친구는 이름도 생겼다.
"엄마, 얘는 알버트야!"
조금만 놀다가 놓아주라니 싫다고
집까지 가지고 와서 하루 종일 들고 다닌다.
알버트는 기운도 좋지
흔들거리는 통속에서 하루 종일 출구를 찾아
뽈뽈뽈 돌아다녔다.
미안해서라도 우리 딸이 놓아주기 전에 좀 쉬었으면 좋으련만.
결국 하루가 지나고 퇴근 시각,
지난밤 주방 탁자에 놓아둔 채집통이 생각나
이제는 돌려보내자고 들여다보니 휑한 통 안.
"엄마 알버트 없어졌어!"
"어? 작아서 나뭇잎에 가려 안 보이나??"
뚜껑을 열어 탈탈 털어보니 나뭇잎만 팔랑팔랑...
없다... 진짜 없다...
뽈뽈거리는 개미가 없다.... 집에서 없어졌네......
집안 어딘가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당황스럽지만 이미 사라진 걸 어쩌랴...
모여 앉아 딩굴대던 저녁시간.
누워있던 아빠가
어! 얼굴에 뭐 지나갔다! 하면서 벌떡 일어난다.
"알버트 아니야?
화들짝 놀라 뭔가 하고 쳐다보니
문틈으로 들어왔는지 진짜 날개미 한 마리가 이불에 붙어있었다.
"아니야~ 알버트는 날개가 없어~"
"이 개미는 날아다니는 애네~"
대답하고 보니 왠지 우습다.
그냥 개미 한 마리인데
마치 꽤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이렇게나 의미 있는 일인가 싶었다.
부디 무사히 탈출했기를!
"개미 알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