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기행 1
"자유잖아, 완벽한 자유!!!"
내가 프라하에 간 것은 6월의 첫째 주. 남편의 출장과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2박 3일 졸업 여행 날짜가 절묘하게 겹쳐준 덕분. 아이가 서울 교대 놀이터에서 엄마 다리만 붙잡고 늘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집을 떠나 이틀 밤을 자고 오는 나이가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유난히 덥고 꽃가루가 심하다는 독일의 봄이었다. 4월은 더웠고, 5월엔 자고 일어나면 자동차 지붕 위에 노란 꽃가루가 눈처럼 쌓여있었다. 그날 아침도 눈물 콧물을 닦으며 학교에 갔다. 나와 동갑인 알바 엄마 이네스가 물었다.
"너, 혹시 우니?"
"아니, 좋아서. 자유잖아, 완벽한 자유!"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양팔을 하늘로 추켜올리고 활짝 웃는 나를 보며 설마? 믿기지 않는 듯 휘둥그레지던 이네스의 눈. 정말 놀랐나 보다. 그럼, 그녀는 아니란 말인가? 내가 놀랄 차례.
첫 문학 기행을 프라하로 정한 건 얼마 전부터 카프카의 <변신>을 독일어로 읽기 시작했기 때문. 물론 다 이해한 건 아니고. 어쨌거나 카프카로 시작하는 문학 기행이란 얼마나 근사한가. 뮌헨에서 프라하의 근접성이 뛰어난 것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기차나 버스 어느 것을 타더라도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게 프라하. 나는 뮌헨발 프라하행 열차 알렉스 Alex 대신 장거리 버스 플릭스 Flix를 탔다. 가격 때문에. 버스는 기차비의 절반 정도. 뮌헨의 장거리 버스 터미널 ZOB은 뮌헨 중앙역에서 S Bahn으로 단 1코스. 종종 나는 버스로 단기 여행을 할 계획이다. 남들도 이렇게 아끼며 산다.
나는 출발 이틀 전에 버스표를 사러 갔다. 특이하게도 예매소는 차표 가격에 커미션으로 3유로를 더 받았다. 너무 임박해서 표를 사는 바람에 표는 평소보다 비쌌다. 물론 모바일로 표 예매도 가능. 나는 아직까지 현장 매표를 선호하는 타입. 내 한국 비자 카드로도, 독일 체크카드로도 결제가 안 되기도 했지만.
독일 기차나 버스는 가격이 유동적이다. 일찍 예매하면 할수록 유리하다. 여름 성수기인 7~8월엔 당연히 더 비싸겠지. 내가 지불한 프라하행 버스 비용은 총 50.80유로. 버스에 화장실 있음. 자세한 내역은 이렇다.
6/6(수) 오전 11시 뮌헨-프라하(27.90유로)
6/7(목) 오후 5시 프라하-뮌헨(19.90유로)
*추가 비용:수수료 3유로
오전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4시에 프라하에 도착했다. 휴식은 없었다. 버스 안에서 내 옆좌석은 중년의 한국 남자분. 회사에서 단체로 뮌헨에 출장을 왔다고. 늦게 도착하는 일행을 기다리느라 탑승이 늦어지는 바람에 일행이 뿔뿔이 헤어져 앉는 분위기였다. 그분과 말을 나눈 건 버스가 체코에 들어선 후였다.
"운이 좋으시네요. 외국에 사시면서 여행도 다니시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그분이 무심코 던진 말이 마음에 꽂혔다. 오! 굿 아이디어.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내가 앞으로 이 문학 기행을 계속하게 된다면 그분의 한 마디에 빚진 바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