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프라하! 택시 운전사가 인사하네

카프카 기행 2

by 뮌헨의 마리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택시를 탔다.


버스에서 한국팀들이 프라하 중앙역에 내릴 때 따라 내렸어야 했나. 우물쭈물하는 사이 승객들이 절반 이상 밀물처럼 하차한 후 버스는 다시 프라하 장거리 버스 터미널 플로렌츠로 향했다.

전날 지도에서 대충 어림잡은 것과는 달리 실제로 터미널에 내리자 안 그래도 부실한 내 방향 감각은 대번에 실종되고 말았다. 믿었던 구글 지도도 터지지 않았다. 독일 텔레콤이 프라하에선 안 터지나?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날씨는 더웠다. 그날 뮌헨의 온도는 27도. 프라하도 비슷했다. 서둘러야 했다. 그날의 미션은 시간 단축. ATM기에서 체코 화폐 코루나부터 빼야지. 서두르느라 현금을 너무 많이 인출했나? 찝찝했던 마음은 다음날 현실이 되었다.
무턱대고 눈에 보이는 숫자를 눌러버린 것. 4000 코루나라니! 이게 대체 얼마란 말인가. 나중에 계산해 보니 150유로/20만 원 정도. 그런데 그 와중에 뜬금없이 내가 궁금한 건 이런 거다. 현금 인출기 앞에만 서면 왜 마음이 조급해질까?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택시 정류장엔 사람도 택시도 별로 없었다. 다들 지하철을 이용하나. 택시비는 얼마일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오가는 사이 선량한 인상의 첫 택시 기사는 다른 사람 차지가 되었다. 두 번째 택시 기사는 젊었다. 목덜미 문신에다 약간 거친 인상. 호텔 주소를 보여주며 택시비를 물어보자 300 코루나란다. 11유로/15,000원.

물가를 모르면 뭐든 비싸 보이는 법. 조금 싸게는 안되냐고 했더니 "웰컴 투 프라하!" 인상만큼 퉁명스러운 답이 되돌아왔다. 두 손바닥을 위로 뒤집으며. '찌질'하게 그럴래? 타려면 타고 말려면 마! 그런 뉘앙스. 이런 걸 꼭 말로 설명해야 아나.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일단 타기로.


기사가 버튼을 누르자 뒷문이 열렸다. 내 맘대로 문을 열고 타는 게 아니었구나. 백미러로 뒤를 보며 그가 말했다. 미터기로 계산하는 거라서 깎아줄 수 없다고. 아니, 진작 그렇게 말했어야지! 대놓고 따지지는 못했다. 지금부터 차도 밀리는 시간이고.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긴장을 풀고 몸을 편안하게 등받이에 기댔을 뿐.

과연 뒷골목을 주름잡는 기사임에는 분명했다. 차가 밀리는 대로를 지나 꼬불꼬불 골목들을 얼마나 달렸을까. 하벨 시장 입구에 차를 세운 그가 미터기를 누르며 칭찬을 바라는 소년처럼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250 코루나!"

나는 그날 300 코루나 지폐를 주고 돌려받은 50 코루나 동전을 그의 손에 건네며 말했다.

"너의 오늘이 좋은 하루가 되길!"

두 눈을 빛내며 기뻐하던 그의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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