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기행 3
숙소는 하벨 시장 입구로 정했다.
에어비엔비 airbnb는 듣기만 했지 이용해 본 적이 없어 패스. 우연히 발견한 www.booking.com이라는 사이트를 사전 답사하는 기분으로 며칠 동안 들락거렸다. 프라하 시내 지도도 눈에 익힐 겸 중저가 호텔을 차례로 검색. 프라하엔 무슨 호텔이 그리도 많나. 검색하다 놀랄 정도. 지도상으로 호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했다. 프라하 여행의 내 숙소 기준은 이랬다.
첫째, 시내 중심에 있을 것(밤늦게까지 시내 구경 후 안전한 귀가에 도움)
둘째, 가격이 싸도 도미토리는 피할 것(욕실, 화장실 공동 사용이 불편함)
셋째, 호텔 가격 50-60유로, 조식 포함(아침 식사 따로 사 먹기 귀찮음)
숙소를 검색하며 깨달은 건 내가 여행에 관심도, 취미도, 요령도 없다는 것.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알리딘의 램프처럼 누군가가 교통도 알아봐 주고, 차표도 끊어주고, 적당한 숙소도 뚝딱 예약해주고, 가 봐야 하는 곳을 서너 곳 정도로 한정해서 일정표를 손안에 딱 쥐어주는 것. 특히 박물관에서는 오디오 설명 필요 없이 해설도 다 해 주고. 그것도 우리말로. 아, 그런 걸 단체 관광이라고 부르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비자 카드로 정보를 입력했더니 체크인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내 호텔 가격은 1600 코루나/62유로/8만 원.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가격 대비 훌륭했다. 더블베드 룸은 넓었고, 침대 시트와 욕실은 깨끗. 호텔 레스토랑도 깔끔했다. 다음날 아침에 몇 개나 먹은 미니 크루아상의 부드러움도 각별했다.
한 가지 꺼려졌던 건 2층이라는 것. 큰 창문이 어찌나 많던지! 직사각형 방의 두 면이 온통 창이었다. 창문이란 창문을 빈틈없이 닫아걸고 커튼을 치고도 잘 때는 불안했다. 생각해보니 혼자 하는 여행이 얼마만인가. 20년도 넘었으니 감이 없을 수밖에. 다음부터는 대형 호텔이 아닐 경우 룸은 3층 이상으로 올라갈 것. 참고로, 에어컨은 소음이 심했다. 내가 소리에 예민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꾸물거리다 어느덧 6시. 서둘러야 했다. 소위 카프카 기행 아닌가. 첫 행선지는 카페 루브르. 카프카도 자주 들락거렸다는.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고 거리 이름을 외우며 걸어서 찾아갔다. 카페는 2층이었다. 이름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에 일단 놀라고, 착했던 카푸치노 가격도 기억에 남았다. 55 코루나/2유로/2700원. 폼을 잡으며 <변신> 1장을 빛의 속도로 해치우고 인증샷으로 마무리.
다음은 근처에 있는 카프카의 두상 조각상. 이 두 곳에 오려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숙소를 골랐지. 거울 같은 표면을 지닌 이 거대한 카프카의 두상은 데이비드 체르니 David Cerny의 2014년도 작품. 곳곳에 세워둔 카프카 안내 표지들도 프라하에 온 것을 실감 나게 했다.
그러나 다시 프라하에 온다면 나는 조각상 옆 노천카페에 오래 앉아 있으리라. 그곳에서 느린 속도로 <변신>을 읽고, 계속 변신 중인 카프카의 머리를 감상하리라. 하지만 그날 나에게는 아직 남은 일정이 있었다. 가자, 카를교로. 해 지는 카를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