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외근 다녀오는 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근처 빵집에서 흘러나온 달콤한 향을 맡았다. 그저 향일 뿐이었는데 나의 심란한 마음을 잠재웠다. 버터 향, 쿠키 향, 빵 냄새… 우연히 맡게 되는 달콤한 향은 굳어버린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하루를 버텨내느라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달콤한 향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진다.
한동안 달콤한 것들에 의지하며 살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는 계속 일이 터지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가는데, 나는 더 있기에는 건강이 망가질 것 같고 떠나기에는 앞길이 막막했다. 어지간히 힘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내 마음에서도 털어버릴 텐데, 가늠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내일은 성실하게 찾아왔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계속 먹었다. 저녁을 잔뜩 먹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콤한 것들로 채우고 또 채웠다. 자기 전까지 먹다가 결국 소화제를 먹고 잠드는 날이 늘어갔다.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받을 때 달콤한 것으로 해결하는 것을 인스턴트 위로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위로라도 절실할 때가 있다. 차마 사람들에게조차 기대지 못할 때 달콤한 것들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달콤한 것들이 몸의 건강을 책임지지는 못해도 마음의 건강은 책임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 달콤한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가 아닌 기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달콤한 순간이 더 많아지는 날이 오게 될 거라고 조심스레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