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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Oct 21. 2023

응원을 주고받는 전시회 나들이

어릴 때부터 전시회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문화생활 즐기는 어른의 삶을 동경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집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문화회관’이라는 곳이 유일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음악회와 공연 몇 번 본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서울 생활을 계획할 때 꼭 주말마다 전시회를 보러 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에 살게 되면서 주변에 이것저것 즐길 것이 많아졌지만, 처음에는 낯선 도시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이후에는 과제와 동아리 활동으로 바빠서 전시회는 내 계획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유가 주어질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여전히 일상을 살아내기 바빴다. 시간에 쫓겨 대학 생활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큰맘 먹고 휴학하기로 했다. 휴학한 뒤에도 해야 할 것들은 많았지만 나를 위해 전시회 가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시회를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가고 싶은 전시회를 알아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전시회 속에서 가고 싶은 전시회를 찾다 보니 굳이 이런 귀찮은 과정을 겪으면서 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나를 위해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이 전시회 나들이의 시작이었다. 내 취향을 반영해서 보러 갈 전시회를 결정하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나갈 준비를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전시회장으로 간다. 이런 귀찮음을 이겨내면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설레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전시회장에 도착해 여러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사람들의 다양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내 안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생각이 쌓인다. 일할 때 참고하고 싶은 것들, 개인 작업을 할 때 참고하고 싶은 것들이 눈에 보이면 감상하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때로는 작품을 가만히 보게 될 때도 있다.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하며 오래 작품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된다.


돌아보면 전시회장은 응원을 주고받는 공간이었다. 일상을 살아갈 힘을 쌓기 위해 나 스스로를 응원하며 전시회장에 데려가고, 전시 작품을 감상하며 힘을 얻고, 나는 그 작가님을 응원하는 공간. 그래서 굳이 전시회장을 계속 찾아가나 보다. 이 귀찮은 여정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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