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자취방에 온다는 말에 장을 보러 나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밀키트를 고르고 국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종종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면 혼자였으면 고민했을 좋은 음식들을 사고 마음 담아 정성껏 요리하게 된다. 너저분한 집을 청소하고 미뤘던 쓰레기도 처분한다.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은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끝내 치우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마음속에 있는 어둠을 몰아낸다.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면서 내 안에 잠들어있던 다정함이 고개를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노력은 내 마음에 빛을 비춰준다. 다른 사람을 돌볼 때 내 마음을 마주할 힘도 생기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돌보려 움직일 때 나도 같이 돌보게 된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날, 반가운 얼굴이 하나 둘 들어온다. 함께 먹을 음식을 요리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고요했던 집에 달콤한 말이 채워지고 온기가 생긴다.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함께 오븐에 쿠키를 구워 초코펜으로 꾸미기도 하고, 붕어빵을 만들기도 한다. 집은 어느새 요리 공방으로 변한다. 나의 취미생활을 위해 장만했던 것들로 함께하는 시간이 풍성하게 채워진다. 나의 취향이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도 큰 기쁨이다.
예전에는 작은 방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한번 시도하고 나니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다.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나의 공간과 취향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기쁨과 쉼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충실히 내 세계를 가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