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사이로 잠깐 비추는 햇살
왕가위 작품의 매력이라하면 부유하는 스토리를 떠올릴 수 있다. 완벽하게 완성되고 정리된 스토리보단 그저 그의 발걸음을 따라갔을 때 포커싱되는 인물의 감정선에 매료된다. 내게는 <화양연화>가 가슴깊이 남았던터라 절제된 감정선이 그의 작품 특징이란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해피투게더>를 보니 절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선을 볼 수 있었고 나로 하여금 생기돌게 만들었다. 퀴어영화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 미화한 사랑이라는 스토리에 대한 비판 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필자에게는 <화양연화>를 뛰어넘을 만큼 기억에 남는다. 이제서야 왕가위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만큼은 고독보다는 사랑이 눈에 띄었다.
보영과 아휘가 유치했던걸까? 영화는 사랑이란게 이런것이다.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순수한 사랑은 이런것이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현실에 꺾여 사랑이 무엇이었나 기억하지 못한채로 적응한 그저 그런 사랑이 아니라 인간이 정말 원하는 사랑 말이다. 누가 사랑은 익숙해진다고 말하는가. 사랑은 상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잔잔하고 우정같고 성숙한 사랑은 사랑의 다른 버전일 뿐 사랑이 아니다. 인간의 나약함을 보존하기 위해 생존을 위해 함께하기를 약속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생존방식 일뿐이다. 물론 80여년의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래서 왕가위의 영화가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물론 <해피투게더>에도 현실은 있었지만 10%에 불과하다. 감독이 보여준 8할은 손대지 않은 사랑의 감정이었다. 광적이고 소유하고 싶고 어쩔 수 없이 질투가 폭발하게 되고 사랑해서 미워하고 보고싶고 사랑한만큼 상처준다. 자꾸 안기고싶다. 옆에 두고 싶다. 아프게 해서라도 나를 원하게 만들고 싶다. 현실에선 이럴 여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순간 인간본연의 감정을 외면하는 행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다. 필자는 인간이 스스로가 느끼는 순수한 감정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지고 싶은게 본능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구름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 같은 것이다. 구름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은 보면 어떨까? 그어떤 절망에 갇힌 사람이라도 만지고 싶을 것이다. 계속 보고 싶을 것이다. 어루만지고 싶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 사실을 자각하고 이 행위를 행할 수 있는 여유와 기회가 필요하다. 왕가위는 우리에게 그럴 여유와 기회를 선사한 것이다.
p.s 왕가위영화가 홍콩반환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뗄레야 뗄 수 없다고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역사적 배경을 배제하고 영화 그 자체, 감정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사랑은뜨겁다***아르헨티나,탱고도 뜨겁다***아휘보다 보영이 더 불안했다***보영의 사랑은 더 불안했지만 순수했다***순수함은 원래 다루기 힘들다***날 것 그대로는 언제나 근본이고 진리다***매력적인 것은 위험한 것이다***순수함은 매력적이다***순수한 사랑은 인생에 한번으로 족하다***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다***그의 작품 속 캐릭터는 늘 진하다***그 중 보영과 아휘가 제일 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