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발명을 읽고
사랑의 발명 - 이영광 -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나무는 간다.2013]에 수록
발명된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사랑은 유동적이라 영속적인 매개체로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사랑이 발명된다는 것에서, 이를 전혀 다른 태도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통찰력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무엇을 할지는 알지만,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상태일까?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을 걱정하고, 격려하고, 위하는 과정에서 무(無)조건의 제약이 성립되는 것을 뜻할까? 하지만 사랑이 발명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따라서, 고민하고 서술해 가는 과정에서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다고, 사랑이 발명되었다고 믿도록 거짓말을 하고.
그럼 모든 사랑은 거짓인가? 사랑은 실존하지 않는데, 그저 맹신토록 하는 것이 꼭 무엇과 닮아있는 듯했다. 그러면 그 믿음에서 오는 것들은 어디로 가며, 가야 하는가. 그건 전혀 아름답지 않고 진실보단 거짓에 가까운 사랑이, 이 세상에 만연하며 사람이 사람을 살게 하는 '세상의 동력'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학문이 발생하고, 사랑이 역사를 가지는 것이다. 사랑은 기록되어야만 비로소 명확해지고, 이를 범주화하여 그간의 모든 행위를 사랑으로 부르겠노라고, 우리는 배운 적 없지만 배워온 것만 같은 것에서, 사랑의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의 발명의 발견
살아온 삶이 있는 당신은 모르게
나와 숨을 나누어 쉬었다
버텨온 당신은 분명 나와 같은 고백을
수없이 되뇌었으리라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최면을 걸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바라보며 너를 걱정하고
너를 위하여 되뇌고
시도해서 실패하고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울고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몰라
찾아보려다 글을 적었다
내가 쓴 글은 온통 너 대신 죽었다
죽어버린 글씨는 마음을 남기고
그 마음은 네가 되어 다시 나를 맴돈다
글씨가 너의 영혼인 것 마냥 행세하며
나를 슬며시 웃게 만든다
웃으면서도 눈물은 흘리고
너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며 떨고
그 떨린 글씨는 다시 온통 너를 향해 달려가고
너를 위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