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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Oct 10. 2023

성실함

오후 7시 51분

집 앞 오르막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가 멈추면

난 내 사랑을 잃는다


당연히 멈춘 버스에

난 터지지 않은 바퀴가

성실한 운전수가 미워졌다


그 길로 버스를 타고 종점

포구로 간다


이번엔 저 배가 떠나가면

난 떠나간 사랑도 잡지 않을 것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기관사가 배에 시동을 걸었다


두두두두 엔진소리

내 삶을 산산조각 냈다


난 떨어지지 않은 배의 기름과

출항해야만 하는 그 가족의 굶주린 배와

쏟아지지 않은 비와 태풍과

휘몰아치지 않은 쓰나미가 미워졌다


그 길로 다시 정류장을 향해

횡단보도로 간다

신호등은 바뀌고 또 바뀌고


버스는 오지 않고

난 돌아가는 버스에 내 사랑을 걸어볼걸


심야운행도 아닌 버스 새벽에 기다리며

어느 버스까지가 나의 마지막 사랑일지

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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