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 - Mistral
비가 오는 날이면
우체국 옆 붕어빵 가게는 문을 닫는다
빗물을 따라 붕어가 헤엄쳐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애꿎은 단팥은 앙꼬가 되지 못하고
지퍼백 속에 숨죽여 살고 있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니까
붕어빵 봉지와 붕어와 우산을
모두 쉽게 들 순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더러 하나를 포기하라면
당연하다는 듯 비를 맞겠다
내 젖은 어깨와 머리가 탄생시킬
어리숙한 주인 덕에 꼬리가 새까맣게 타버린
붕어빵을 위해
다 먹지도 못할 테지만
가득 채워진 봉지와 맞바꿔진 지폐로
한결 가벼워질 나의 삶과
줄어들 미래를 위해
붕어빵 따위 젖는 건 아무렇지 않지만
우산을 쓰지 않을 핑계가 되어주는 것
혹은 나와 같이 비를 맞을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
기꺼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야
나는 이렇게도 멍청하고 요령이 없어서
아직도 붕어처럼 너를 지웠다 키웠다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