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소리도 없이 내린다
바다는 연안답게 흘러가고
밤은 밤처럼 굳세게 잠겨있다
늘 쓰던 손이 굳어버린 것처럼 시간을 보낸다면
다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까
모든 것이 여름다운 가운데
통 갈피를 짚지 못한 겨울꽃이 질문을 한다
져야 할까 하고
그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단 한 문장의 정적
나는 저 공백이 꼭 너에게 꺾어다 쥐어준 동백 같다
아침이 다시 아침답게 온다
선율은 선율답게 일렁이고
사랑은 사랑답게 어겨졌다
난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르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결말은 없었지만
결정은 해야만 했다
침묵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이 왔다
나는 그럼 영원한 공백
끊임없는 페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