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만든 신개념 행복 철학
MZ세대의 ‘M-Z’ 중간 쯤 어딘가라고 생각하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한시간만 더 하면 미래 남편 얼굴이 바뀐다”, 또는 “공부해서 남주냐” 와 같은 캐치브레이즈가 급훈으로 걸려 있었다. 너무나 꼰대같고 ‘라떼’ 제네레이션들이 내 청소년기에 강요했던 삶의 모토지만, 생각해보면 강요이긴 해도 ‘내가 열심히 하면 남편 얼굴이던 성공이던 보상은 따른다’ 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 시절을 말도 안되는 담임의 주입식 지령을 굳게 믿고 공부한 나는 대학도 가고 일부 사람들이 부럽다고 할 수 있는 대기업에도 다니고 있지만 그 믿음의 결과는 개뻥카였다.
아직 남편은 커녕 반칠십이 다 되어가도록 독거중이고, ‘성공이란 로또’ 라고 생각할 만큼 집값이나 떨어지기 바라는 평범한 서울살이 중이다. 그나마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으로 소소하게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하고 가끔 후배들 술값도 내주면서 ‘이만한게 어디냐’ 하고 정신승리하고 있다. 그때 담임이 얘기했던 핑크빛 실크로드는 0.1% 사람들의 것이었나.. 싶다. 아니면 그나마 이정도라도 누릴 수 있는게 다행인건지,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세상 물정과 삶에 대한 에티튜드는 이제 소위 얘기했던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누가 그랬더라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그나마 낭만적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오늘날 반칠십 박씨는 청약통장에 수년째 꾸준히 돈을 부어봐도 턱없이 부족한 청약 점수때문에 매번 떨어지는게 일수고, 강남3구 금수저 태생들은 부모의 “돈 내리 사랑”으로 결혼할때 서울 시내 아파트 하나씩은 전세던 자가던 무리없이 얻는게 오늘날의 이치다. 거기에 코로나 시즌과 더불어 집값은 폭등하고 회사생활 N년차 짬으로 슬슬 갭투자라도 해서 내 몸 하나 뉘여볼까 했으나, 그마저도 법적으로 금지되어 버려 내집 마련을 하려면 결혼해서 재산을 합쳐야 그나마 전세라도 가능한 현실을 살고 있다. (결혼은 뭐 쉽게 할거냐마는) 점점 나이가 먹어가며 씀씀이는 커지고 돈 나갈 구녕은 현무암 구멍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데 반해, 왜 수입은 월1회인지 아이러니할 뿐이다. 자신있게 짧은 지식으로 투자한 주식은 야금야금 녹아내려 타의로 손절할 수 없는 수준이고, 코인으로 대박났다는 주변 회사원들 소문에 몰래 ‘100만원만 해보자’ 하고 넣자마자 하이원 스키장 하강 슬로프 행. 행복은 선착순도, 성적순도 아닌 재산순$$인 것이 틀림없다.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고 갬성있게 소울풀(Soul-ful)하게 사는게 더 힙한거라고 생각하는 1인이지만 인스타에 워너비 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내 어쩔 수 없는 손가락.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으려면 재벌가은 아니어도 자연인처럼 속세를 끊고 살지 않는 이상 어느정도 쩐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쿨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뭐가 나쁜가 자본주의 손바닥 안에서 사는 모두에게 paid better, way get better인 셈. 힙하고 청렴한 해민스님도 알고보니 뉴욕에 6억짜리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계시지 않나. 굳이 무소유를 추구할 필요가 있나, 해민스님도 풀소유인 것을.
뭐든 과할 필요는 없으나, 너무 양극화된 관점으로 구분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리 노력한들 평범한 직딩라이프를 살고 있는 내가 하루아침에 도곡 타워펠리스에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살짝쿵 기대반 설렘반의 허영심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가능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오늘도 퇴근길 로또 자동 5개를 사러 가며 토요일 저녁 8시까지는 1등 되면 뭐할지, 차를 살까 하는 등 행복한 고민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