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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a Oct 12. 2021

행복하지 않을 이유

x월 3일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서 매일 30분 이상씩 걷기로 마음을 먹고 점심때 운동을 핑계 삼아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식당 까지 걸어갔다.

날이 맑아서 그런지 걸어가는 길에 저 멀리 서울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반지의 제왕' 사우론의 눈과 같은 높은 빌딩도 멋지게 보이고, 식당이 위치한 빌딩도 반갑게 보였다.


오랜만에 간 식당은 코로나로 인해 가짓수도 줄어들고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 같았지만, 모두 기분 탓이겠거니.. 식사에 디저트까지 여러 종류를 먹는 건 오랜만인 거 같다. 종류별로 다 먹어봐야 한다는 약간의 의무감이 들어 이것저것 놓고 먹고 커피까지 해치우고 나니 슬슬 이렇게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먹었으니 살은 많이 안 찌겠지란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식당에서 나와 서점에 가서 평소 관심이 가던 취미 코너에서 오일파스텔, 색연필, 스티커 등등 여러 재료로 표현한 책을 둘러보고, 심사위원이 된것 처럼 이 작가는 참 잘 그렸네, 우와 이거 진짜 멋있다 등등을 말하면서 뭔가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화창한 날,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고 책을 찾아보고 문구류 코너에서 살까 말까 고민을 하는 이런 것들을... 접한 나의 감정의 정의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감정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 발걸음 가볍게 멋진 하늘과 상쾌한 바람을 느끼며 원하는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  행복하지? 왜 즐겁지?' 이런 생각들도 함께 든다.

'그럼 지금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이지?'

'아 맞다.. 뭔가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잠시 움츠러들었고, 나도 모르게 붙였던 행복이란 단어 앞의 ''가 크게 다가왔다.


'그럼 지금 행복한 이유는 무엇이지?' 이 질문을 다시 하면서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이렇게 날씨도 좋고, 편한 옷을 입고 산들산들 걸으면서, 여러 가지 음식도 먹고, 좋아하는 책도 보고... 그런데 이런데도 지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내가 행복에 '왜'를 붙인 이유는 '지금'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닌 나의 상황을 강조하면서 '지금'의 감정을 배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지금의 상황을 '불행'으로 지정하면 그 상황 속에 속한 매일매일의 나는 '우울한' 것으로 여긴것이다.


맑은 하늘을 보며 상쾌하게 걸으면서 내가 현재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운걸 보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 보다는 오늘은 확실히 행복하다고 말할 이유가 더 많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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