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는 화천에 살지 않는다
물고기가 무슨 동물이야!
화천 산천어 축제는 화천으로 잡혀온 산천어를 큰 어항에 넣고 다시 낚아 올리는 축제다.
아주 거대한, 1월 내내 열리는 낚시카페. 이 축제를 위한 용도로만 매년 백만여 명의 산천어가 양식장에서 태어나고, 길러지고, 굶으며 이송된다.
그렇게 굶은 산천어는 강에 흩뿌려진다. 산과 강을 이름에 품은 그들은 이때 살길을 찾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유로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인 줄 알았던 곳은 양쪽이 그물로 막힌 또 다른 통.
당도한 곳은 학살 터다. 이제 천천히, 순서가 오면 낚아 올려지기를 기다린다. 얼음 위에 내팽개쳐지기를 기다린다.
탈출은 동화 속에나 나오는 것이다.
"산천어가 무슨 동물이야!"
한 행인이 쩌렁쩌렁 윽박질렀다.
"여자가 사람이야!"
"유대인이 사람이야!"
"유색인이 사람이야!"
"빨갱이가 사람이야!"
메아리가 치는 듯했다.
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논리는 대상만 달라졌을 뿐 뻔뻔하게도 큰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여자는 사람이 맞고 유대인은 사람이 맞고 유색인은 사람이 맞고 빨갱이는 사람이 맞고 산천어는 동물이 정확히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