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밤 Jul 12. 2024

동물 | 동물

그와 나 사이의 담

기자회견에 당사자 돼지는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돼지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둘레의 반을 걷는 데만 30분이 걸린 축사. 거기에는 돼지가 강제로 임신당하는 곳, 아기 돼지를 낳는 곳,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먹으며 살이 찌워지는 곳이 모두 있었습니다. 돼지는 태어나고 자라고 강제 임신을 당하고 다른 생을 낳는. 그 삶의 모든 과정을 그 속에서 동에서 동으로 옮겨지며 겪어낼 것이었습니다.


담은 높지 않았지만 그건 보통의 담이 아닌 위계를 가르는 선이었습니다. 10m도 채 안 되는 곳에 존재하는 나라는 동물과 그라는 동물을 평생을 감히 마주 보지도 못하게 하는 선이었습니다. 나는 부끄럽게도 선을 넘지 못하고 감히 동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인간으로 우뚝 남았습니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이 보통의 이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굵은, 낮높은, 어리고 나이 든 비명들 울타리 밖으로 넘어와 계적막을 채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건 학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