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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람 Jul 26. 2018

구급차 속 세상

출동번호 7. 재산을 두고 싸우는 형제와 눈물 흘리는 부모   

병동에서 연락이 왔다. 다른지역의 병원으로 이송을 원한다는 전화였다.

하루에 한 두번 이상 나가는 병원이라 익숙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병동 복도를 지나 간호사스테이션으로 다가갔다.

큰소리가 들리는 복도에서 옥신각신 다투는 남자들과 말리는 병원 직원들이 보였다.         


“형님이 뭘 잘했는데 이러는거요!”

“아니 그러는 너는 뭘 잘했다고 지금 아버지 재산 다 가지려고 눈이 빨개! ”    


부모의 재산에 대해 실랑이를 하는 형제와 며느리들인 것 같았다. 형제들의 큰 목소리로 남자 병원 직원들이 말리는 모습이 보였다.

“병원에서 큰 목소리로 내시면 다른 환자분들에게 방해됩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아니 형님이 지금 이렇게 할 수 있어요? 삼년을 모른척하다가 이제 와서 아버지 데려가려고 하면 어떤 속내인지 내가 모를 줄 알고?”    


큰 목소리의 상황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스테이션의 간호사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어느 병실의 환자분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나에게 살짝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여 다가갔다.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지금 싸우는 형제분들의 아버지가 transfer(이송)갈 환자인데 지금 좀 난처해요”

“왜요?”

“아니 아까 첫째아들이라고 대학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연락드렸는데 두 분이서 정리가 안 됐나봐요. 우리병원은 둘째 아들이 데려 온 건데 첫째가 자기네 집 근처로 모시고 가겠다고 하는 거래요. 근데 좋게 데려 가는게 아니라 서로 아버지 유산 때문인가봐요.”


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설명하던 간호사선생님은 혀를 차며 말했다.

“병실에서 할머니랑 할아버지 다 들릴 텐데, 에휴 부끄러워요.”

계속해서 말리는 병원 직원들과 실랑이하는 형제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무슨 소리인지 궁금한 병원 다른 환자들이 병실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조금 빼어 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갑자기 닫혀있던 병실에서 문이 열린다.


“부끄러워 못살겠다!!! 아버지 옆에서 지금 뭐하는게냐!!!”


70대 노모가 병실 문을 열고 나와 자식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잠깐 조용해진 병원 복도.

열린 병실 안에 흐느껴 우는 듯 어깨가 들썩 거리는 나이 드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살짝 보였다.


“아버지께서 아파서 병원에 온 건데 너희는 돈돈돈! 징그럽다 다 나가!”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한스러움과 슬픔, 좌절감 등. 내가 알 수 없는 감정들의 소용돌이로 들려왔다.    

그러자 첫째아들인 듯 한 보호자가 말한다.

“아니 어머니. 저희가 모신다니까요?”

“형이 왜 아버지를 모셔 지금까지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했으면 계속해서 우리 눈에 나타나지마”

그러자 첫째 아들 옆에 서있던 며느리가 말했다.

“아니 아주버님 그래도 그건 아니죠. 저희가 일부러 그런 거였어요? 아주버님이야 말로 지금 아버님 유산 때문에 그러는 거 다 알아요”

“뭐라고요? 참나 하긴 똑같으니까 살겠지.”    

병실 안에서 쉰 목소리로 할아버지께서 말했다.


“제발! 그만하고 다 나가!”


병동에 숨 쉬는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나는 스테이션에 있는 간호사선생님께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출동안갈 것 같은데 어떡하죠?”

간호사선생님이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내가 가서 직접 환자분께 물어볼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조용해진 병실복도를 걸어 환자분이 누워있는 병실에 들어간 간호사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과 며느리들

살짝 열려있는 병실 안에서 간호사가 물어보자 할아버지께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송을 원치 않으시는 것 같아 나와 구급대원은 서로 눈짓으로 취소되어 사무실로 복귀하자고 했고 곧 스테이션으로 돌아온 간호사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안가신대요. 괜히 헛걸음 하게 해드렸네요.”

“아니예요. 할아버지랑 할머니께서 안 돼셨어요.”

“그러게 말이예요...”    


구급차안 빈차로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안타까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생각이 났다.

효도는 바라지도 않는 세상이라지만 자식도리가 뭔지 생각해본다.

부모님의 건강과 케어보다 재산이 먼저가 된 형제싸움에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든 두 분.

힘들게 낳고 자신을 희생하며 키운 자식들이 돈돈 하며 싸우는 모습을 본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모든 이 상황이 한스럽고 가슴 아파 눈물을 흘리고 계시리라.  

복귀하는 차안에서 대못이 박힌 부모의 안타까운 가슴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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