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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람 Oct 31. 2019

구급차 속 세상

출동번호 10. 치매 노모의 사랑

새벽녘 요양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이송요청의 전화를 받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구급차로 출동을 나섰다.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45키로도 채 안될것 같이 작고 약하신 할머니께서는 호흡곤란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마스크를 5L 하고 계셨다.

도착한 우리는 평상시와 같이 할머니를 들것에 모시고 카트(이동침대)를 통하여 구급차로 모셨다.

구급차에 타자마자 산소통과 마스크를 연결하고 모니터를 통하여 산소포화도를 측정하였다.



출동시 구급차 안에서 출동기록지를 작성한다.

환자분의 인적사항 의심질환명, vital sign(활력징후)과 처치내용등을 작성하는데 병원에서 병원 후송 시에 의사선생님께서 작성해주신 환자분이 어디가 언제 어떻게 아팠는지 무엇 때문에 후송하는지 적혀있어 현재질병과 과거력 등을 간략하게 알 수 있는 진료의뢰서와 환자나 보호자분에게 질병력 등을 물어보아 작성한하고 구급차 후송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을 대비한다.  



할머니께서는 오래전부터 앓고 계신 천식과 시간, 장소, 사람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치매가 있으셨다.


“언니 여기 어디야”

“나 데리고 어디가”


“네 구급차 안이고 저는 간호사예요. 큰병원에 모셔다 드릴거예요”


나는 출동기록지를 작성하며 사무적으로 말하였다.

 전에 이송 중 난폭하셨던 치매환자분의 욕설과 주먹질로 고생을 한 적이 있어 다소 긴장한탓이다.     


이송을 시작한지 10분쯤 지났을까 할머니께서 내손을 꼭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나 괜찮아. 우리 아들 돈이 없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시며 총명해지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말씀하셨다.


“숨쉬기 힘드시다고 하셔서 큰 병원가서 뭐 때문인지 검사를 하셔야한대서 저희가 모셔다 드려요”


“괜찮아. 나 원래 숨 쉬는거 힘들어. 우리 아들 돈이 없어.

나 그냥 다시 병원으로 데려다줘”


작디작은 체구로 숨쉬기 힘드신 할머니께서는 내 손을 잡고 간절하게 말씀하셨다.

치매에 걸린 노모지만 정신이 돌아오셨을 때는 가장 우선이 자식걱정에 내가 아프니까 치료받고 싶은 것이 먼저가 아닌 자식에게 폐가 끼치는 것이 싫어하시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숨 쉬며 눈물 흘리시는 할머니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짧은 3분동안 할머니께서는 계속 한숨을 쉬시며

“돌아가야 하는데 이거타면 안되는데 우리 아들 힘든데” 라는 말씀만 되뇌셨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도 못하는 어둠 같은 세상 속에 있으시다가 잠깐 기억이 돌아오셨을 때 신체적인 통증보다 자식걱정과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으신 그 마음은 어느 누가 치료해줄 수 있을까     


3분이 지나고 할머니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배고파 밥줘”

“여기어디야 너 누구야”


자신이 누구시고 현재 상황 인지를 못하게 되신 어둠으로 들어가신 할머니를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도착해야할 병원까지 거리가 한참 남은 구급차 안에서 아이가 되신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각이 많아졌을 때쯤 병원에 도착해 아드님과 통화하여 응급실 앞에서 만났다.


할머니를 응급실 안에 모셔다 드리고 인수인계를 완료한 후 색이바랜 티셔츠와 추리닝바지, 흙탕물이 묻어있는 운동화를 입은 아들의 모습에서 슬픔이 가득하신 할머니의 눈빛과 오버랩 되었다. 


아들은 노모가 아프셔서 대학병원으로 후송하며 병원비 설명 들으셨을 때  무슨 생각이 드셨을까  

근심과 걱정이 얼굴 가득 드리워져 힘든 삶의 무게를 가진 아들과 자식걱정하시는 아프신 할머니 생각에 다시 복귀하는 도로 위 구급차 안에서 가라앉은 마음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가난한이에게는 질병의 아픔보다 없는자의 서러움이 더 슬플지 모른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발생한 질병으로 인한 걱정과 안타까움등 마음의 짐은 덜어드릴수 없지만 의료비로 인한 짐이 덜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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