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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람 Jun 26. 2018

구급차 속 세상

출동번호 1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른 17세 여학생

병원 응급실 간호사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의 출동 전화를 받았다.


“배에 칼이 찔려 복강출혈이 심해요. 빨리 와주세요”


순간 영화에서 본 조폭들의 싸움에서 칼로 배를 찌르는 장면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혹시 덩치 크고 무서운 분이시면 출동가는 동안 조금 무섭겠다는 생각에 긴장하며 병원에 도착하였다.    

 

내 예상은 전혀 벗어난 40kg은 나갈까 싶을 정도로 작은 17세 여학생이였다. 


자살시도로 집에 있는 식칼로 자신의 배를 찌른 것을 같이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119에 신고하셨고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상태였다.

옆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많이 불안하신 표정으로 서계셨다.

응급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임신을 해서 자기가 직접 칼로 배를 찔렀대요. 근데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임신사실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거든요. 일단 대학병원에다가는 말했어요.
검사결과에서 복강출혈이 보이고 혈압이 80/50 낮고 아이가 많이 쳐져있어서 잘 확인하면서 가주세요.”     

구급차로 이동하기 위하여 들것에 옮기는 중에도 상처부분이 아픈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무에게도 임신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무서웠을 텐데 많이 아플걸 알면서도 자신의 배를 찌른 아이가 안타까워 손을 꼭 잡아주자 아이가 눈을 감고 내 손을 꼭 잡는다.


구급차가 삐용-삐용- 도로를 달린다.


출동기록지 작성을 위해 내가 잡았던 손을 놓으려 하자 아이가 다시 손을 꼭 잡는다.

일그러진 표정에 눈은 감고 있지만 무서운 마음에 내 손을 놓지 않으려하는 아이.


“많이 아프니?”


물어보자 고개를 작게 끄덕끄덕 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손으론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한손으론 상처입은 배의 통증으로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어깨를 꼭 잡아주었다.

모니터를 확인하였다. 혈압은 85/50 맥박은 106회, 혈압도 낮고 맥박수도 빨랐다.    

할아버지께서는 보조석에 계시고 나와 함께 뒷자리에 타신 할머니께서는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셨다.


“미안하다 할미가. 내 새끼 제발 아프지 마라”


할머니께서는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손에 커서 이리 아프게 됐다며 다른 아이들처럼 자랐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할머니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이의 감겨진 눈에 눈물이 흘렀다.

병원 가는 길 아이와 할머니께서는 서로 미안한 마음에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 돌린 눈에 눈물이 흘렀다.  


대학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와 간호사에게 진료의뢰서와 검사결과지를 주고 환자가 임신사실에 본인이 배를 찔렀고 이전 병원에서 처치 한것들을 설명하였다.


그제서야 내 눈에 보이는 할머니께서 신으신 짝이 맞지 않은 신발,

오른쪽 왼쪽 슬리퍼 색깔도 모양도 달랐다. 


집에 들어가자 방안에서 칼에 찔려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집에서 나오시면서 신발을 차마 보지 못하고 나오신 듯 했다.     


아이가 어떠한 사정에 의해 임신을 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심경이 였을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까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등 턱없이 부족하다.

고등학생인 경우 임신하였다는 이유로 자퇴를 하여 교육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보았다.     

가장 문제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손가락질 하는 사회적 인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스스로 고통을 선택한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건강하게 웃음 짓고  
다시는 이런 마음 아픈 선택을 하는 미혼모가 없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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