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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속임수

by 회색달




지지 않는다는 건,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라톤 대회를 나가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짧게는 수 킬로미터, 혹은 몇 분을, 많게는 20km를 넘게 달려야 했다. 시간을 대입해 보면 평균 두 시간을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한다.


처음엔 힘이 있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모르는 이 거리의 끝을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지만 점차 발바닥으로부터 느껴지는 피로는 온몸을 아프게 만든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은 '포기할까?'다.


유혹이다. 속임수다. 내가 나로부터 포기하도록 만드는 속임수. 달리는 순간은 모른다. 마지막 골인 지점에서 내가 얼마나 무적의 인간인지, 얼마나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삶은 끝까지 달려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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