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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Sep 29. 2023

완도에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어디서 온 처녀인가

생애 최장 운전 끝에!

완도에 도착한 다음 날.


완도는 지자체 한달살기 보고서에 실물 영수증도 첨부해야 한다기에 혹시 영수증을 잃어버리거나 쌓아뒀다가 벼락치기를 해야 할까 봐 문구점에 갔다.

(결국 노트 사고도 쌓아뒀다...분실도 몇 개 ㅠ)



노트 두 권을 사고 계산하는 사이 사장님이 유독 곱고 나긋한 목소리로 물으신다.


"어디서 온 처녀인가"


단어의 호불호를 떠나서 나는 굳이 사장님의 오해를 정정해드리지 않는다. 아마도 헤벌쭉 웃었겠지.


경기도에서 왔다고 하니 멀리서 왔다며 완도 어디를 가면 좋을 거라고 몇 군데 추천을 해주신다. 밝게 인사를 건네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지도를 잘못 보고 목적지의 반대 반향으로 갔지만 되돌아가는 길에 짜증은 없다.


청해포구 촬영장



숙소에 들어와 한 템포 쉬고 저녁을 먹기 위해 골목길을 나설 때였다.


"학생!"


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급히 서더니 나를 불러 세운다.


학생이라니 설마 나는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주변에 사람이 없어 할아버지를 보았다.


모노레일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으신다. 바로 그날 내가 탔던 완도 모노레일이라 친절히 알려드릴 수 있었다.


완도 모노레일


역광이라 그러셨을 거야,

야구모자를 쓰고 크로스백을 메고 있어 그런가 보다.


그렇게 생각해도 무려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완도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나. 거꾸로 흐르나.


하루에 두 번이나 겪기 힘든 경험을 하고는 기록해 둔다. 아마도 앞으로는 또 듣기 어려운 말일 거 같아서.


그렇다고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다거나 학생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은 그냥 인사치레일 수도 있는데 학생이라는 말에는 좀 많이 놀랐다.


역광아 고맙다.





명사십리해변


지자체 지원 완도 열흘살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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