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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Jul 07. 2022

코코의 운명

남편의 코코 사랑

그동안 남편의 사랑을 단연코 독차지했던 바둑이를 묶어두고 이제는 코코를 풀어놓기로 했다며 이른 아침 잔디밭에서 코코를 훈련시키는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퍼팅 연습을 하고 있는 남편을 지켜보는데 코코가 잽싸게 달려가서 떨어진 공을 물어다 남편이 있는 곳에 가서 떨어뜨려 준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코코의 충절이 가상해서 창문을 열고

"야, 코코가 충견이네."하고 말하자 남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공을 물어오긴 했는데 입에 문 채 앉아서 헉헉거리고 있는 코코를 보고

"코코 뭐하는 거야?"하고 묻자

"얘가 지치면 공을 주지 않고 저렇게 앉아 있어."한다.


남편이 부르면 부리나케 달려오던 바둑이가 언제부터인가 좋아하는 먹이를 들고 유인을 해야만 붙잡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예 먹이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붙잡히면 묶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바둑이를 묶을 때마다 애를 먹고 있단다.

밤에 내려오는 고라니의 습격을 막기 위해서는 사냥개처럼 민감하고 든든한 바둑이가 적격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풀어둘 수 없으니 애교많고 온순한 코코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체국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물을 가지고 올 때면 가까이 다가가서 짖어대는 바둑이를 보고 남편에게

"물지 않나요? 묶어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하고 부탁을 했었단다. 몇 번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올 때마다 여전히 풀어져 있는 바둑이를 보고 크락션을 울려대는 우체국 직원의 모습에 아무래도 코코를 훈련시켜서 풀어 놓아야겠단다.

"코코가 또 지난번처럼 산으로 올라가서 며칠 동안 못 내려오면 어떻게 해?"

"고라니를 잡으려고 따라간 것이 나무에 목줄이 걸려서 내려오지 못했던 거지. 그 뒤로는 이제 집 밖으로 안 나가더라고. 훈련을 시키면 괜찮을 거야."한다.


잘 묶여있던 코코가 밤새 없어져서 CCTV를 확인해보니 마구 짖어대던 코코의 줄이 풀려서 냅다 어디론가 정신없이 달려가는 모습만 잡혔을 뿐 이후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이 며칠 찾아다녔지만 보이지 않아 들짐승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판단하고 포기할 즈음 한 낮에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 소리가 남편의 귀에 번쩍 뜨였다고 한다. 울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따라 올라가보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속에서 나무에 목줄이 칭칭 감겨 꼼짝을 못하고 있는 코코를 발견하고 처음 만났던 녀석의 모습이 생각났단다.


지인의 소개로 주소를 전달받고 코코를 데리러 갔는데 산 밑 외딴 컨테이너에 묶여있는 작은 강아지가 누구에게 물렸는지 엉덩이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에는 피부병이 있어서 그대로 두면 죽을 모습이었다고 한다.

강아지의 상처와 모습에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내내 울렁증이 나서 운동도 가지 못하고 누워있었다며 퇴근해서 들어가는 나를 보더니 가까스로 일어나

"두고 올 수가 없었어. 데려왔으니 살려야지."하고 주사약을 들고 나가는 남편의 모습에

"아니, 그 상황도 모르고 강아지를 소개해 주었대?"하고 원망했으나 코코가 살기 위해 그이한테 온 거라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코코는 남편을 통해서 2번 거듭난 셈이다.


그동안 남편의 호위견으로 사랑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았던 바둑이가 묶여서 살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처럼 주인의 말에 순종했더라면 변함없이 바둑이를 풀어 놓았을 테지만 남편의 표현대로 바둑이가 변심을 했으니 다른 방도를 취해야 하는 것이 맞다.


남편의 외출로 무료해진 코코의 모습을 CCTV를 통해서 지켜보니 주차장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다가도 어디선가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냅다 달려가 짖어댄다. 남편의 생각대로 집을 벗어나지 않는 코코를 풀어놓아도 예전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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