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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Jun 05. 2024

걸을 수만 있다면

노후 건강

작년 무릎 사고에 이어서 이번 발등 사고를 겪고 나서 사람이 살면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 고모와 같은 많은 분들이 멀쩡한 정신으로 하체 사용을 하지 못해 고가의 병상에서 꼼짝 못하고 묶여 계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 분들에게 지금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여쭙는다면 하나같이 걷기를 소원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걸을 수만 있다면......


현직 시 교장 연수를 다녀온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요양원에 다녀왔는데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병상에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단다. 그래서 이후로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후배들에게 운동도 밥 먹듯이 해야만 노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했었다.



지금은 건강 사업에 성과를 올리고 계시고 건강해진 몸으로 행복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는 우리 형님은 나를 살리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 '하나님의 선물'을 대신 전달해 주신 분이다. 강남에서 잘 나가는 재가복지센터를 10여년간 운영하시면서 늘 강조하셨던 말씀이 있다.


노인사업을 하다 보니까 노후에 젊어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아. 
노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그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뼈 건강이더라구.
대부분 많은 분들이 정신은 멀쩡한데 다리가 약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노후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뼈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돼.


어렸을 때의 뼈 건강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뼈만 건강해도 자연사 할 수 있다니 젊어서는 공감이 가지 않는 말이다. 스스로 한창 젊다고 생각하고 뼈 문제는 전혀 없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다.


사느라 정신이 없었고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영양제 등은 일체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한약과 병원, 약국 약에만 오롯이 의존하며 살아왔었다.


https://v.daum.net/v/20150426000415040


학급의 많은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퇴근하면 꼼짝할 수 없는 몸으로 정작 내 배 아파 낳은 귀한 우리 아이들은 늘 뒷전이었다. 내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해 늘 전전긍긍 하다보니 가족들을 위해 특히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았다. 한창 젊은 시절이었음에도 그저 하루 하루 겨우 살아내야 하는 것이 내 과제였다. 지금처럼 건강한 몸이었다면 영양사 선생님을 마냥 부러워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요리를 잘 하는 영양사 선생님은 가족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현직 시 남편은 남다른 미식가로 소문이 나 있었고 남편이 추천하는 식사 장소는 실패가 없다는 동료들의 말을 직접 듣기도 했었다. 아들 역시 아빠의 입맛을 닮아 민감하고 예민한 편이었다. 그 입맛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아들은 늘 맛있는 것을 주문했다. 군대에 가서도 잊지 않고 


엄마, 나 집에 가면 맛있는 거 해 줘!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방을 청소하다 발견한 일기장을 읽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었다. 늘 아파했던 급소를 공격당한 느낌이었다. 수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어미로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이다. 


내 친구처럼 우리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친구 엄마처럼 나를 반겨주고 맛있는 간식도 해주는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대신하는 심정으로 우리 손주들에게 칼슘과 종합영양제를 올려 보냈었다. 종합영양제는 맛이 있어서 잘 챙겨먹는다는데 반해 칼슘은 잘 먹지 않는다는 말에 먹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서 가지고 내려오면 할미가 용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했었다. 그 이유가 어떻게든 칼슘을 먹게 해서 튼튼한 뼈를 갖도록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31113160700017


어렸을 때부터 평생 힘들었던 몸이 건강해지고 나니 건강이 더욱 소중해졌다. 그러니 노후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가 짐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론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당신이 손수 밥을 해드시고 이틀 전에는 교회까지 걸어서 나오셨던 우리 외숙모처럼 그렇게 살다 가야 한다는 남은 내 삶의 확실한 지론이 생긴 셈이다. 문득 얼마 전 우리 딸이 전화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 건강해서 고마워! 
우리 친구들 만나면 모두 부모님 이야기 해. 
많이들 아프시다고.... 
그런데 아빠 엄마는 건강해져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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