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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Jun 28.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남편의 존재

이상하게 요즘 곁에 있는 남편인데도 남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출처 픽사베이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나서 단골로 다녔던 병원과 약국, 한의원을 잊고 살고 있다. 게다가 해마다 먹어야만 몸을 가누고 살았던 한약도 언제 먹었나 싶게 까마득히 잊고 있다. 60평생 그 무엇으로도 해결이 안되었던 내 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무엇이 좋아졌으면 좋겠다.'하는 것이 없을 만큼 최상의 컨디션과 가벼운 몸으로 살고 있으니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하고 내려와서 근 20년 가까이 주치의처럼 건강을 관리해 주셨던 수지의 한의사 선생님께 전화만 하면 알아서 한약을 내려 보내주셨었다.


한약의 효과가 딱 1년이었으니 해마다 전화를 드리면 깜짝 반겨주시며 호탕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으셨고 언제 한 번 올라오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었다. 내려온 지 7년째인데 3년 동안 선생님을 찾을 일이 없었으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염려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픽사베이

남들과 달리 어렸을 때부터 왜 그렇게 몸이 힘들었는지 이유도 모른채 60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약체로 태어나서 그러려니...'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 엄마도 몸 가누기를 몹시 힘들어 하셨던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엄마를 닮아서 유전적인 약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건강식품을 먹기 시작한지 3일만에 불면증이 없어졌고 1~2주 만에 그토록 힘들게 하고 괴롭게 했던 수많은 질환들이 나도 모르게 모두 없어졌다. 그리고 심했던 왼쪽의 어깨통증은 5개월 만에 없어졌으니 감히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완강하게 거부를 했었다. '기적'이라는 표현은 신앙적인 표현이지 아무데서나 '기적'이라는 말을 쓰면 안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적'이라고 굳이 표현을 하고 있는 이유가 내 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남편은 속속들이 알 리가 없다. 물론 40년이 되도록 함께 살면서 "아프다, 힘들다" 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했을 것이고 남편의 귀에도 박혔을 게 뻔하다.


36년 동안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우리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정신력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그래서 지금은 성인이 되어버린 내 배 아파 낳은 우리 두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엄마의 손이 한창 필요할 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너는 몸이 약해서 애 못 키워. 엄마가 키워줄게


맏딸의 건강을 늘 염려했던 우리 엄마는 핏덩이 두 아이들을 도맡아 5살 때까지 키워서 하나씩 올려 보내주셨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외가에서 자라면서 부족한 부모가 줄 수 있는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자란 셈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우리 엄마가 약한 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내 손주들을 가까이서 돌보면서야 절감을 했다. 그래서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자못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타고난 천성인지 몸이 약해서였는지는 모르나 스스로 생각해도 여리고 눈물이 많은 나에게 현직 시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남편의 태도가 퇴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약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며 공격하고 탓하며 비난하는 것으로 나를 몹시 아프게 했다.

야무지게 살아라.
내 몫 좀 챙기고 살아라.
없는 것도 찾아서 내 줄 사람이다
마냥 퍼주기만 하고 어떻게 할 거냐


남편 말대로 야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애쓴다고 달라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내 모습대로 타고 난대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나에게는 분명 무리한 요구를 하는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이유를 물었다.


남편의 말을 들어보니 나를 일부러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던 것은 강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단다. 혹여라도 자신이 앞서가면 내가 살아야 할 세상이 염려가 된다며 가능하다면 나 먼저 보내고 가고 싶단다. 내 후사 다 처리하고 따라오겠다며....


무슨 소리야?!
당신이 먼저 가야지.
애들을 위해서도 당신이 먼저 가야 해..
아니야 그러지 말고 우리 손잡고 함께 가자.


말대로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함께 손잡고 나란히.... 그러나 가는 길은 누가 먼저이고 누가 나중일지 사람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도 다 아는 내용이다.


면전에서는 당신보다 더 야무지게 잘 살고 있으니 전혀 염려하지 말라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사람 아프고 힘들게 하느냐며 살아있을 때 잘 하라고 항의하지만 남편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하며 삭히곤 했다.


어느날, 문득 남편에게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간제교사 출근 길에 전화를 했다.


여보, 미안해.
뭐가?
생각해 보니까 살면서
당신 앞에서 늘 아프다, 힘들다 하며 살아온 거 같아.
그 말을 들으면서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까 많이 미안하더라구.
아프니까 아프다고 한건데 뭐가 미안해?
이제 염려하지 마. 건강해졌잖아.
여보, 사랑해"


대뜸 사랑한다는 말이 쑥쓰러웠는지 슬그머니 전화를 끊는다. 맞다. 그 날도 남편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났었다.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요즘 며칠 이상하게 계속 남편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나는 이유가 남편이 먼저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여보, 당신이 오래 살아야 나를 지켜주지.
당신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내 마음이 요즘 우울했어.
당신이 건강해야 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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