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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Oct 19. 2021

[디자인] 오지랖 넓은 요즘 디자이너들

디자인의 의미 확장과 디자인 싱킹

'디자인'의 개념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각보다 빠르게 진화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편견 

디자인(design)이라는 용어는 ‘계획하거나 그리는 것’의 의미가 있는 ‘disegno(디세뇨)’로써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태동되면서 사용되었다.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작동하고 보이는 것에 대한 면밀한 설계를 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있다(Oxford Dictionary 2021). 당연히 사전적 정의에만 충실하다 보면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이나 건물을 설계하는 '전문 디자인'의 영역 정도로만 한정되는 한계점이 드러난다. 존 헤스켓은 디자인의 정의를 “디자인이란 최종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행동 또는 과정을 계획해서 실행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과정과 결과에 대해 강조했다.

“Design is to design a design to produce a design.”  -John Heskett, 2005

디자인의 의미 변화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18-19C)을 거치면서 먼저 주문을 받고 제작을 해주던 ‘전통공예’ 방식에서 대량생산과정을 거쳐 재고를 미리 쌓아두고 판매를 고민하는 ‘대량생산 시스템’의 시대가 되었다. 이때부터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을 통해 소비자의 소비욕구를  자극하여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때부터 경영측면에서는 소비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했으며, 자연스레 디자인은 매력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스타일링(Styling)이 강조되었다.

디자인의 대부분이 ‘제품’을 스타일링하는 것에 치중되던 지난 세기에는 제품을 기획하고 양산하는 과정이 완료되면 디자이너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디자인은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Kansai Yamamoto

특히 패션분야에서는 더욱이 제품의 매력도를 높이는 ‘디자인 활동’이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이미지는 의상이나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사람 정도로 각인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해 보일 수 있다.

Ezio Manzini

 이런 와중에 사용자의 경험 가치와 의미, 맥락을 강조하는 ‘UX 디자인 (User Experience Design)’,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 그리고 ‘사회혁신 디자인(Social Innovation Design)’ 등의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경한 용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무를 하는 디자이너들은 지인들에게 확장된 디자인의 개념이 포함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도 '디자인'의 개념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각보다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오지랖 넓은 디자이너?

영향력 있는 경영 마케팅, 디자인 관련 칼럼을 소개하는 페스트 컴퍼니(FastCompany, 2021)에 소개된 ‘이 시대 영향력 있는 각계 전문 디자이너가 ‘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디자인 이슈’를 보면 다음과 같다.

UN, SDGs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후 변화 문제 (CLIMATE CHANGE), 공동체 (COMMUNITY), 소비성향 비판(CONSPICUOUS CONSUMPTION), 데이터 흐름(DATA FLUENCY), 의료분야 데이터( DATA IN HEALTHCARE), 디자인 식민 해방(DECOLONIZING DESIGN), 디자인 교육(DESIGN EDUCATION), 디자인 윤리(DESIGN ETHICS),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평등(EQUITY), 협업(HYBRID WORK), 배려(INCLUSION), 지역사회 문제(LOCAL PROBLEMS), 자본주의의 폐해와 백인우월 이슈(MALIGNANT CAPITALISM AND WHITE SUPREMACY), 정신건강(MENTAL HEALTH, THE NEXT PANDEMIC), 사회 구조적으로 스며든 인종차별 이슈(SYSTEMIC RACISM), 인맥 구조 이슈(THE TALENT PIPELINE), 신뢰(TRUST), 의도치 않은 결과 발생 이슈(UNINTENDED CONSEQUENCES), 쓰레기 문제(WASTE)


보다시피 이 글의 서두에서 소개한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들로 넘쳐난다.

일례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이슈들은 '전문 디자인'영역'만으로는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미국 MAURO Usability Science의 설립자, Charles L Mauro CHFP(2021)는 기업에 속한 전문 디자이너들이 사회, 환경적 문제와 같은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서 거론만 하는 것에 다소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Charles L Mauro CHFP

그의 지적은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전통적인 디자이너의 역할만으로는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기를 거치며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wicked problems)’를 풀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Design Thinking

이런 비판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영이나 교육, 정치분야의 전문가들은 디자이너의 유연한 문제 해결 방식인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에 주목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 속에서 기존의 논리적 방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훈련이 되어있는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Design Thinking Process_Stanford D school
디자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디자이너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통해 여러 분야와의 전문가 들과의 다학제적인 협의체 구성하며, 문제 정의와 해결의 단계로 가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프로세스는 혼재된 문제를 사람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 ‘근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원인(root causes)’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또한 기존의 사회, 경제, 정치의 프레임으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이슈를 풀어가는데 디자인 싱킹의 유연한 사고체계는 최적화된 접근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제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디자이너는 대화적 방법을 통해 디자인이 품고 있는 창의력과 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의 주체들이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촉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좀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는 전문 디자인 지식을 통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뿐만 아니라 기술과 사회적인 이슈를 묶어 총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21세기를 사는 요즘 디자이너들의 오지랖을 의미 있게 넓힐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https://www.fastcompany.com/90667671/32-experts-on-the-most-urgent-matters-facing-design-today?partner=feedburner&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burner+fastcompany&utm_content=feedburner&cid=eem524:524:s00:09/24/2021_fc&utm_source=newsletter&utm_medium=Compass&utm_campaign=eem524:524:s00:09/24/2021_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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