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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연 May 24. 2022

술과 인간관계

그 위험한 착각

요즘 나는 인생에서 아주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것의 부당함을 까발리며 끝까지 환불을 받고자 애쓰는 중이다.    

  

그러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 인맥을 넓히는 데 술을 이용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술이 윤활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통해 지속 가능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장담하기 어렵다. 실력이나 사람 됨됨이로 서로가 자연스럽게 어필하고 스며들 듯 인간관계를 넓혀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은은하게 얻게 되는 관계가 지속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사회가 담배는 백해무익함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술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한 문화가 있다. 술을 매개로 어떤 관계를 확장하고 일을 도모하려고 하는 것은 그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모름지기 정공법으로 사람을 알아가고 맨 정신으로 엮은 일과 인맥만이 오래 남고 꽃을 피운다.   

   

20대 철 모르던 시절도 아니고,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사회 경험 또한 충분한 지금 시점에도 '술'이란 쉬운 매개체를 이용하여 사람을 얻고, 이익을 추구하려 했던 나의 나약하고 무모함을 탓한다. 그로 인해 어쩌면 건강도 해치고 나아가서는 생명에 큰 위협을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우매함을 탓한다.    

  

좋은 사람끼리는 술이 아니어도 사람 자체로 좋은 인연이 되기도 하며, 진짜 건강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가 겉으로는 친절하고 반듯하며, 모범생 이미지여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저 사람이 좋아 주변의 친한 지인이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면 그 사람의 분위기와 첫인상으로 관대하게 평가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나이가 들어도 그런 습관을 고치지 못했고 큰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때때로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물론 막무가내로 사람을 의심하고 못 믿는 것 또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잘 알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냥 믿는 것은 그야말로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과 내가 어떤 큰 일을 결정하고 함께 도모할 일이 생긴다면 항상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야 한다.'는 속담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 사람이 아무리 객관적 신뢰도가 높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되더라도 그 사람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내 인생의 모든 최종 선택을 하게 됨으로 인해 벌어지는 결과는 모두가 내 탓이고 철저하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임을 잊지 말자.      


그러므로 우리는 매사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사실관계 파악 및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결국은 내가 홀로서기하고 직접 보고 배우고 익혀서 책임질 행동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여러 사유, 항상 매우 바쁘고 힘들어서 옆에 편하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지인, 친구를 쉽게 의지하고 활용하려는 것은 매우 얕고 위험한 발상이다.



나 아닌 남을 의지해서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착각이고 심각한 오류이다.     

그래도 반 백 살이 되기 전에 지금에서나마 깨달은 것이 행운이라고 봐야 할까?

그나마 그랬기에 남은 생은 그런 착각과 오류 속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적어도 비슷한 과오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평생 겸손한 자세로 배우며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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