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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연 Dec 19. 2021

자식과 부하직원

마주하는 자세에 대하여

사실 자식은 내 몸을 거치고, 내 배 아파서 이 세상에 나온 결정체, 어떻게 보면 나의 또 다른 분신 같은 필연적 존재다. 그에 비해 부하직원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정 지위가 올랐을 때 생겨나는 인위적인 인간관계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 형성에서 내가 행해야 하는 말과 행동은 어떤 면에서는 일맥상통할 때가 종종 있는 듯하다. 어찌 보면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자세, 인간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아이는 태어나서 옹알이를 떼고 부모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자기 인정' 욕구를 내뿜는다. 항상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주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갖은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그런 아이가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가면 원하던 원치 않던 사회적인 규율을 지켜야만 하고, 소정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때마다 사회적인 인정 욕구도 발동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의 끊임없는 잔소리 폭격에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실행해서 얻어지는 성과에 대해서 인정을 해주면 정말 뿌듯해한다. 이럴 때 항상 부모는 자식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부모는 모든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어린 자식도 당당히 그 몫을 다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부하직원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일처리가 미흡해 보이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다른 친구에 비해 한참 모자라 보이는 경우에도 소정의 회사 채용시스템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친구들이기에 일단 믿고 그들이 잘하리라는 것을 응원해 줘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여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마침내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가 많다. 그때가 되면 역시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곤 한다. 그게 바로 인간의 기본 속성,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의 힘이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끈끈한 힘, 신뢰와 인정의 하모니인 듯하다.


물론 모든 케이스가 다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때때로 아무리 인간적으로 대해줘도 끝까지 실망감을 안겨주는 부하직원도 있다. 그런 경우 그에게는 다른 보직, 팀 이동 등 또 다른 길을 권유해야 하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경우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결론을 내게 될 때까지 겪게 되는 힘든 과정은 어쩔 수 없다.


자식은 아무리 못나고 계속 사고를 친대도 소중한 나의 분신, 혈연관계이기에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하직원은 어쨌든 남이고 사회적 관계이기에 자식과 꼭 같을 수만은 없다. 다만 '기회'라는 부분에서는 자식을 대하듯 인격적이고 인간적으로 우선 관심과 사랑을 아낌없이 내려줄 필요는 있다. 그래서 일정 시간을 지켜봐 줘야 하고, 그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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