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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로봇에게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인간의 오류

by FREESIA Mar 19. 2025

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인간과 로봇이 진짜 적과 싸우는 거예요.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1990년대, 인간과 로봇들의 전쟁 직후라는 가상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어느덧 인간의 손을 벗어나 버릴 정도로 무섭게 발전해 버린 로봇을 경계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이들이 공존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세상에선 인간들의 힘든 노동을 대신하던 로봇들이 자신들의 삶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인간과 로봇의 전쟁은 2년간 이어졌고 끊임없이 싸울 수 있는 로봇들에 비해 인간들의 힘은 한참 부족했다. 이에 '이선 스케이트'라는 자가 만든 새로운 기술 '뉴로 캐스터'가 지지부진한 전쟁의 돌파구가 된다. 이 뉴런 기술을 통해 인간은 기계에 정신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전쟁에서도 로봇이 대적하게 된 건 인간의 정신으로 조종하는 또 다른 로봇이 된 셈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로봇들은 추방구역으로 쫓겨났고 이 구역을 벗어날 시 법 집행관에 의해 영구 정지되었다. 인간들의 삶 역시 바뀌었다. 전쟁을 승리로 가져다준 뉴로 캐스터 기술은 일상생활에서도 빠르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좌뇌와 우뇌를 분리하여 노동과 유희생활을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가상현실 속으로 점점 빠져들며 현실을 외면하게 되었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이런 상황 속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크리스토퍼를 찾으러 떠나는 소녀 미셸의 여정은 표면상으로 보이는 평화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민낯을 파헤치는 것과도 같다.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을 발견하고 차츰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동생과 자신에게 일어난 시련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위험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그리고 결국에는 이 세상의 판도를 뒤집을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모험은 미셸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뛰어난 기술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어쩌면 생의 한계조차도. 이미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진짜 같은 가상현실에서 만날 수도 있고 죽을 목숨인 사람을 연명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과거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손 쓸 수 없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자연스러운 이치들이 이제는 발전된 기술의 형태로 그 모든 게 가능해진 시대라면 우리는 과연 그 위태로운 특권으로부터 그동안의 소중한 가치와 윤리의식을 저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미셸은 그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미셸과 크리스토퍼가 어릴 적부터 즐겨 보던 만화 영화에는 '키드 코즈모'라는 로봇이 등장한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곁에서 도움을 주는 이 로봇과 함께 주인공 제시는 험난한 모험 속에서 세상을 구한다. 그리고 키드 코즈모의 모습을 한 로봇이 실제로 미셸의 삶에 나타나 함께 동생을 구하러 떠난다는 설정은 이 만화 영화 속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그들의 추억 속에 고이 간직해 온 순수한 동심은 어둡고 비정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더 나아가 이 여정이 더욱 뜻깊은 건 단순히 로봇과 함께 동생을 찾으러 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로봇이 동생의 일부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지점에서 사실 이것은 인간과 로봇의 유대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린 남매가 함께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어벤져스>를 비롯한 여러 마블 영화를 감독했던 루소 형제 감독의 신작인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 브라운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과 만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동생 크리스토퍼를 찾으러 가는 누나 미셸 역을 연기한 밀리 바비 브라운은 어린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오가며 이 이야기의 진정성 있고 섬세한 감정을 이끌어주었고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지해 주는 밀수꾼 키츠를 연기한 크리스 프랫 역시 특유의 여유로움과 유쾌함으로 극의 분위기를 한층 역동적으로 바꿔주면서도 또 필요한 순간에는 한껏 진지해지기도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주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다양한 비주얼의 로봇들의 향연 역시 이 작품의 감상에 큰 재미요소로 작용한다. 키드 코즈모를 비롯해 키츠의 동반자인 '허먼'이 보여주는 여러 단계의 변신, 그리고 거침없는 말솜씨로 키츠와 보여주는 케미도 관전 포인트다. 이외의 다른 로봇들도 서로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단편적으로는 그 자체가 굉장히 정감이 가고 사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로봇을 소재로 한 여느 영화에서처럼 로봇들이라고 해서 전부 획일적이지 않음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듯하다. 중간중간 극 분위기에 알맞게 삽입되는 올드 팝송 역시 귀에 잘 들어온다. 마침 크리스 프랫이 주연으로 연기했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플레이리스트처럼 험난한 역경들 속에서도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져다준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명확히 아는 싸움에서 승패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영화에서도 추방구역을 벗어난 로봇들을 법에 따라 엄격히 처단하는 법 집행관이란 인물을 보여주며 인간 대 로봇으로 흘러가는 보편적인 이야기의 구도를 한 번 비튼다. 바로 로봇의 세상에서의 '오차'라는 개념이 인간들의 세상에서의 '희생'의 의미와 동일시될 때를 주목하는 것인데 이는 인간과 전혀 다른 존재이자 수단인 로봇을 향하는 잣대가 하층 계급에 속하는 노동자 혹은 사회적 소수자에게도 향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즉,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모든 분쟁의 내막에는 인간의 이기심과 어긋난 욕망에 있는 것은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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