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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2. 2022

맞보증도 아니고 맞싸인이라니!

책방 무사에서 이연 작가 싸인 받은 이야기

책상에 앉아 뭔가 준비를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오늘 책방 무사에 가기로 했는데. 이연 작가가 일일 판매사원으로 근무하는 날에 꼭 가겠다고 요 사장님에게 약속을 해 놨던 것이다. 안방에는 아내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깨우면 혼이 날게 뻔하므로 마루 탁자에 포스트잇에 메모를 해두고 나와 얼른 산울림소극장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79만 구독자 유튜버답게 서점 안엔 싸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나는 요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이연 작가의 신작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들고 줄 끝에 섰다. 차례를 기다리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디 갔냐고, 지금 배 고프다고 빨리 오라고 성화였다. 나는 작가에게 싸인만 받고 바로 가겠다고 하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작가 사인할 때 편하라고 내 이름을 종이에 써서 책과 같이 내밀었더니 놀랍게도 이연 작가가 "혹시 작가님 아니세요? 왠지 글씨가 작가 같은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니라고, 그냥 요조 사장님과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일 뿐이라고 대답하고 있는데 그때 요 사장님이 내 책을 들고 나타나 "이 책을 쓰신 분"이라고 하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더욱 황당한   말을 들은  이연 작가가 ",   살게요. 싸인해 주세요."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맞보증은 서봤지만(그래서 이천사백만 원이나 날렸다)  맞싸인은 처음이다. 나는 '살짝 웃기는 글보다 살짝 웃기는 삶이  좋습니다'라고 쓰고는 사진도  찍고 얼른 책방을 나왔다. 책방 앞에서 누가 "어머, 작가님!"이라고 부르길래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브런치로 팬이  장윤정 씨라고 했다(집에 와서 찾아보니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축하드린다). 암튼 그래서 오늘 좋아하는 작가의 싸인을 받음과 동시에 나도 싸인을 해주는 '맞싸인' 경험했다는 얘기다.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아내에게 카톡으로  얘길 했더니 그녀도 깔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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