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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23. 2024

도서관 도장 깨기 : 충남도서관 편

보령 한 달 살기


아침에 부동산사무실에서 소장님을 만나 며칠 전 얘기한 집을 보러 갔다. 서울엔 아지트처럼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고 앞으로는 보령에서 몇 년 간 살 생각이기 때문에 집을 구하는 게 큰 숙제다. 우리는 지금처럼 연극도 봐야 하고 서울의 지인들을 만나거나 글쓰기·책 쓰기 비즈니스도 계속해야 하므로 서울과 보령을 부지런히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보령에 사는 친구 집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홍성 갈 일이 있다고 해서 졸지에 충남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아직 보령에 있는 도서관도 안 갔는데 홍성에 있는 도서관부터 가게 된 것이다. 세상 일이란 그런 것이다. 홍성에 들어서니 길에 '홍성역사인물축제'라고 쓰인 입간판이 보였는데 띄어쓰기가 안 되어 있어서 '홍성 역사 인물 축제'인지 '홍성역 사인물 축제'인지 논쟁이 붙었다.  물론 패랭이를 쓴 인물 캐리커처가 들어 있는 걸로 봐서 사인물 축제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싱거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려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남도서관은 규모가 대단했고 시설도 너무 잘 되어 있었다. 마침 4월 23일이 책'의 날'이라 1층 로비에서는 '책갈피 캘리그라피'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고 정리도 잘 되어 있고 2층에 올라가니 한눈에 들어오는 도서관의 위용이 대단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자유롭게 책을 들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조용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다. 2층엔 아담한 소회의실도 두 개나 있고 시청각 자료실도 시설이 훌륭해 보였다. 아내가 검색대에서 내 책과 자신의 책을 검색해 보았는데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와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가 있었고 아내의 책은 없었다. 아내는 인스타그램에 충남도서관을 태그하고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가 없어서 실망이라는 장난스러운 글을 '스토리'에 올렸는데 놀랍게도 도서관 측에서 답을 보내왔다. 아내의 책은 지금 대출 중이라는 것이었다. 충남도서관의 발 빠른 대처가 믿음직스러웠다.


2층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연못과 연결된 통로가 기분 좋게  펼쳐져 있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살짝 구경만 하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다. 내일은 보령도서관과 보령시립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도장 깨기'처럼 지역 도서관을 차례로 다 돌아볼 생각이다. 죽정도서관, 주산도서관, 공립작은도서관 등 가 볼 곳이 많다. 그리고 서점들도 가야 한다. 즐거운 도장 깨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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