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수님이 아침 8시에 만나자고 했다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by 편성준


임 목수님이 아침 8시에 현장에서 만나자고 전화를 해왔다. 그렇게 일찍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는 게 우리를 긴장시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분명히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건 우리가 아침에 뭔가 큰 결정을 내려 주지 않으면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7시 45분에 현장으로 가보니 임 목수님이 우리를 뒷채 쪽으로 데리고 갔다. "하루 종일 고민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지금 바로잡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새로 짓는 건물(나의 서재가 될 2층짜리 신축 집)이 너무 높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도면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공사를 하다 보니 새로 짓는 서재동이 너무 높아서 마을 사람들 눈에 띄기도 하고 안으로는 계단 개수가 너무 많아져 나중엔 오르내리기도 힘들 정도이니 지금 낮추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미 철근 기둥을 다 잘라서 세우고 앞동 지붕과 용접까지 해 놓은 상태인데 그걸 다시 처음으로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다. 이틀 동안 눈을 맞아가며(올해는 3월 중순에도 눈이 왔다) 한 작업을 되돌리려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면목이 없는 노릇이다.


아내는 처음엔 목수님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설계도면을 펴고 다시 천천히 설명을 요구했고 두 번째 듣고 신중하게 생각을 한 뒤에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알기 쉽게 설명해 준 덕이었고 우리보다 당사자인 목수님의 고민이 더 컸을 것이라는 믿음도 작용했다. 층고를 낮추려면 용접 공사를 해 놓은 철근 기둥과 나무 버팀목들도 잘라 내야 하고 귀퉁이도 다시 손을 봐야 한다. 눈 내리는 날 추위를 무릅쓰고 한 공사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는 것이고 다시 하루가 넘도록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다. 하다가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임 목수님의 이번 결정은 시간과 돈을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공사 대금을 턴키 방식으로 주었으므로 빨리, 간단히 할수록 임 목수님의 몫이 커진다) 다시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밀어붙인 의리 있는 결정이었다. 우리는 뒤늦게라도 고민하고 일을 바로잡아 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공사를 할 때 왜 스트레스가 없겠는가. 다만 서로를 위해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여러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 양심과 신념대로 행동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걸 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이런 갸륵한 마음들이 바탕이 되고 있으니 우리 집은 잘 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편성준이 '편지뢰'가 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