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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가의 첫 소설 추천사를 썼습니다

이보리 작가 중편소설 『비비안나』추천사

by 편성준

이보리 작가의 소설 『비비안나』는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중 하나입니다. 경기히든작가는 신진작가 발굴과 첫 책 출간까지 지원하는 사업으로 소설·산문·그림책 등 총 8 여덟 권의 책이 출간됩니다. 저는 이보리 작가의 멘토 역할을 맡은 소설가 고은규 선생이 지목해 주신 덕분에 원고 상태에서 소설을 먼저 읽고 추천사를 쓸 수 있었고요.


'비비안나'는 신유박해(1801년) 때 순교한 문영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팩션입니다. 이보리 작가는 어느 가을 친구가 쓴 학위논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해 푸릇푸릇한 봄과 울창한 여름을 지나 완연한 가을을 올 때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서 지냈다고 합니다. 친구의 논문과 이보리의 상상력 덕분에 우리는 또 한 편의 멋진 중편소설을 얻었습니다.


이 소설은 초기 천주교인들 이야기지만 전개가 가볍고 날렵해서 잘 읽힙니다. 이보리 작가는 특히 대사를 맛깔나게 잘 쓰더군요. 제가 쓴 추천사를 첨부해 봅니다. 두 가지 버전으로 보냈는데 B안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A안, B안 두 개 다 보여 드릴게요. 당신은 어떤 게 더 마음에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둘 다 싫다고요? 아, 네. 그래도 이 소설은 읽으세요. 재밌습니다.



A안)

역사소설은 몇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입체적인 진실을 전한다. 이보리의 데뷔작 『비비안나』는 신유박해(1801년) 때 죽임을 당한 실제 인물 영인(비비안나)을 통해 역사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바꾸어왔음을 웅변한다. 세 사람이 모이면 거짓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끝 자를 좋음(好)로 바꿔 은장도에 새겼던 영인의 간절한 바람이 가슴을 친다.


B안)

세상이 바뀔 것이라 믿는 사람은 늘 박해를 받았다. 신유박해(1801년) 때 참수당한 영인(비비안나)도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이보리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그들을 다시 살려낸다. 궁녀였던 영인의 뜻을 이해하고 그를 도우려 했던 사헌부 감찰 의준과의 러브 라인도 좋다. 짧지만 흡입력 있는 소설을 읽고 나니 민초들 사이 숨어 있던 명도회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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