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원도심 어울림센터에서 이정록 시인의 디카시 수업을 들었습니다
어제저녁 보령 원도심어울림세터에서 이정록 시인의 디카시 쓰는 법 마지막 강연이 열렸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디카시는 '(digital camera詩) 명사.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스마트폰 등으로 찍은 사진에 짧은 시를 붙여 완성하는 문학 형태인 것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면 보령으로 와서 4주간 디카시 수업을 진행한 이정록 시인은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사물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생각을 거듭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카시는 사진과 글을 결합이므로 사진도 되도록 양질의 것을 사용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수강생들이 낸 사진들 중 일부는 다시 찍어볼 것을 권했다. 93세 이종분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인생의 회환이 담긴 시를 제출해 시인의 첨삭 지도를 받았다. 이정록 시인은 시 한 편 한 편에 진심인 사람이라 첨삭 시간이 더디고 느렸지만 시를 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평을 기다리는 이들에겐 그만큼 뿌듯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나도 술병과 볼펜 사진을 찍어 짧은 시와 함께 제출했는데 시인이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라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목요일까지 내면 나중에 책으로 묶고 전시회도 한다고 하니 좀 더 성의 있게 고쳐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과제를 제출하기 전에 내가 쓴 두 편의 시를 소개해 볼까 한다. '술병'이라는 시는 술 좋아하는 나를 스스로 비웃어본 작품인데 술병이 나서 앓다가도 몸이 나아지면 곧바로 또 술병을 찾는 너,에서 너를 나로 바꾸라고 시인이 충고해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볼펜'은 예전에 썼던 긴 글을 짧게 변형해 본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볼펜에 비유한 게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자꾸 이 글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실제로 만년필보다 볼펜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 ’옹점이‘는 지난 주 숙제였는데 소설가 이문구나 관촌마을과 관련된 내용을 쓰라고 해서 『관촌수필』에 등장하는 소녀 이름으로 독후감처럼 써 본 시다.
편성준
술 한 병에 행복해하다가도
술병 나면 하루 내내 앓는 소리
아픈 김에 내리 쉬고 나면
낫자마자 또 술병을 찾는 나
편성준
서랍에 잔뜩 있는데도 또 사고
빌려가면 안 돌려주기 일쑤라
가끔은 뾰족한 마음이 되더라도
둥근 볼을 품고 있어서
볼펜이라 불린다는 건 잊지 마
편성준
먼젓것이라 불렸던 옹점이
할아버지에게서 이름을 얻고
이문구에게서 불멸성을 얻은
내 맘속에 옹골찬 점 하나
찍고 간 그 소녀, 옹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