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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늘 Mar 05. 2024

권위주의 사회에서의 모범생

김현철 교수의 기고를 읽고

홍콩과기대에서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의 기고를 읽게 되었다. 첫 몇 문단에서 단번에 공감을 했다. 그는 학생 시절 선생들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복종적이지 않았다.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미국 유학을 가서야 자신의 끊임없는 질문 제기가 비로소 덕이 되었다고 말한다.


나도 학부 때 질문을 하는 편이었는데 교수들 중 일부는 불편해했다. 난 학생들 질문을 부정적으로 대하고 꺼리는 교수가 싫었다. 선생으로서 자격이 없다고까지 생각했다. (지금은 역량 부족 정도로 본다.)


기고가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는 지금도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보다 순종하는 모범생을 키우고 있는가? 학부 졸업한 지 9년 다 되어가 국내 학교 사정을 잘 모르겠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전반적 상황이 어떻든 간에 독자 가운데 학부생이 있다면, 권위적이지 않은, 학생 질문을 기꺼이 대하는 선생들을 찾아 그들에게서 배우기를 권한다. 그들에게 더 많이 배울 것이다.


사실 한국의 모범생은 학교에서만 육성되는 것이 아니다. 권위적인 가정이나 회사에서도 육성된다. 본인이 연차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저연차가 자신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덕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고연차는 자신의 의견이 왜 더 나은지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연차만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연차와 함께 설득력, 인성, 전문성을 키웠다면, 그 일이 어렵거나 성가시지 않을 것이다. 권위는 연차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키운 역량과 덕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기고자는 권위주의적인 아시아권 국가에서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발명이나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혁신에서 찾는다. 나는 그러한 인재가 무엇보다 공유된 번영을 위해 어떻게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전과 방법을 만들어가는 일에 기여하길 소망한다. 더불어 우리가 질문과 대화를 보다 중시한다면, 권위 의식을 내려놓고 평등 의식을 실천한다면, 더 나은 부모, 애인, 선생, 상사, 직장 동료, 시민, 정치인, 창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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