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보통으로 살자(1975)
박완서 작가는 짧은 에세이 "보통으로 살자"에서 내가 어렴풋하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를 구체적이고 예리하게 글로 풀어냈다. 회사 점심시간에 예상치 않게 글을 만나 놀라움에 몸이 오싹해졌다.
사람이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대개 자기가 사는 위치에서 가까운 범위밖에 보지 못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범위 역시 그렇다. ... 결국 아래위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층이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불평등과 심한 소득격차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과 사람 간의 이해와 소통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의는 필요 없다. 그저 사람들이 너무 다른 세계에 사는 것만으로 서로가 이해 불능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오기로라도 끝내 보통으로 살면서 며느리도 사위도 보통으로 사는 집에서 맞아들이고 싶은데, 글쎄 그때까지 보통으로 사는 지대의 주민들이 얼마나 남아 있게 되려는지 두고 봐야 알겠다.
그는 1975년에 이렇게 썼다. 2024년 한국에는 보통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박완서 작가 같이 끝까지 '보통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드물지만 있다는 것에 희망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이 실은 가장 보통이 아니어서, 가장 아름답고 멋져서.
작가가 글 속에서 말하는 보통 사람들은 단순히 경제적 의미의 중산층 사람들이 아니다. 그가 짚었듯 보통 사람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삶의 태도는 떳떳함이고 아래위에 대한 감각과 이해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나의 세계에 갇혀 지내지 않기를,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