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
오랜만에 운동을 다녀왔다. 45분 운동을 하면서 도대체 언제 끝나나, 이런 생각으로 동작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운동하는 곳에 에어컨이 있기는 했지만 땀을 흘리니 답답하고 더웠다.
나오는 길에 갑자기 인스트럭터가 잠깐 나를 부르더니, 사진을 남겨도 되겠냐는 것이다. 뭔가 했더니 인스트럭터가 여러 명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왔을 때 내가 누군지 알아볼 용도로 남기는 사진이었다. (단체 피티 같은 운동 수업이다.)
예전에는 이런 시스템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기도 했고, 내 상태도 안경 쓰고 운동한 이후에 꼬질꼬질해서 별로 찍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리 SNS를 열심히 한다 해도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꽤나 예민한 편이라서 굳이 꼭 남겨야 할까? 싶기도 했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진을 남겼다. 한국어 같으면 불편하더라도 필요하거나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예의를 지켜가며 물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말들이 반사적으로 잘 나오지가 않는다. 혹여나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보거나 표현하면 예의가 없을까 봐, 또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는 찰나에 그 순간이 지나가기도 한다.
해외생활 지속될수록 어쩐지 자꾸만 더 편한 것만 찾게 된다. 자격증 공부를 빼고는 영어 공부만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 왜 그때 그 말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서 아쉽기도 하고, 영어에 대한 반사신경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