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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밀도 Jan 21. 2024

고 과장은 왜 퇴근하고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까?

먼지가 쌓인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저)를 꺼내든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이따금씩 내가 처한 환경이 “unfair”하다고 느껴질 때면 자연스럽게 로마인 이야기에 손을 뻗었다. 몇 해 전, 제18대 대통령시절이 그랬고, 그 이후 다시 책을 펼쳤다. 왜 나 고밀도 과장은 퇴근하고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일까?


그간 조직이 평온했던 데에는 ‘코로나’의 덕이 컸다고 확신한다. 그 시기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덜 마주하고, 덜 대화하고’ 할 일에만 몰두했다. 그렇기에 불필요하게 ‘말’들이 오가지 않았고, 회사나 사회적으로 ‘모이는 것’을 금하니 뒷말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만큼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조직에서의 사내 정치도 똬리를 틀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일상 복귀와 동시에 회사는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코로나가 있었나 싶을 만큼 빠르게 2020년 전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재택은 사라졌고, 회식은 부활했다. 사람들과 대면으로 회의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삼삼오오 술잔을 기울인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사회적 동물임을 증명하려는 듯이 사회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잠잠했던 조직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동시에 사람들의 ‘말’과 ‘사내 정치’들도 함께 복귀했다.

 

필연적으로 조직이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직감이 들자 이 책을 꺼내들었던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심심치 않은 위로를 선물한다. 약 1,200년의 찬란한 로마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고,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함이 있다. 때로는 로마 역사를 통해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일상에 힘이 된다. 3가지의 위로 포인트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위로 포인트. 영원히 계속되는 권력은 없다는 것. 가장 훌륭한 인물로 꼽히는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그들이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였다고 해도 영원하지는 못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유능했던 지도자인 카이사르는 측근이었던 브루투스 손에 죽었고, 신격화되어 추앙받았던 아우구스투스도 결국 노환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로마 제국은 1,200년 동안 건재했지만 영원한 권력은 없었다. 로마제국이 그러할진대, 조직에서 영원한 권력이 있을 리 있는가! 지금의 상사나 리더가 나와 맞지 않아도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 우리를 위로한다.


두 번째 위로 포인트. 악한 사람과 정치는 언젠가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네로 황제”는 처음에는 인기 있는 젊은 황제였다. 하지만, 어머니와 친척들을 살해했고, 심지어 유능한 장군을 이유 없이 처형했으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결국 그는 짧은 재위 기간을 마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네로는 예술가가 되기를 원했는데,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황제의 권한을 남용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축제, 행사를 벌였지만 결국 악한 본모습은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다. 술로 흥한 자는 술로 망하고 말로 흥한 자는 말로 망할 것이라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회사에서의 권력을 마치 요술봉인 것처럼 휘두르는 리더는 그 끝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위로 포인트. 선한 정치는 결국 역사가 기억한다는 것이다. 평생을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게 살았던 티베리우스 황제는 재위 기간에는 인기가 영 없는 황제였다. 그는 국가 재정을 건강하게 하려고 애썼고, 내향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도 않았다. 셀럽 기질을 가진 사람들에 열광했던 로망인들은 티베리우스를 싫어했다. 다른 황제들처럼 돈을 뿌리지도 않았고 전차 경기나 검투경기도 열지 않았다. 그는 성실하게 황제의 일을 해냈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다. 그는 외롭게 죽었지만, 그의 업적은 후대에 재조명되어 명군이라고 평가받게 된다. 때로는 성실이나 노력이 빛을 못 볼 수 있지만, 결국 성실하게 걷는 것이 옳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출근길 라디오에 직장인 심리 상담 코너에서 전문가는 청취자들의 문자에 명쾌한 답을 해준다. “상사가 저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괴롭습니다.” “걱정 마세요. 여러분보다 상사가 먼저 바뀔 거예요. 권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나는 아! 하고 무릎을 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퇴근하고 로마인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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