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끼 Dec 27. 2022

얼토당토않은 브런치북 수상

메일이 하나 왔다.


'제10회 브런치 특별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이런. 정말? 말도 안 돼.

오 마 갓!

작년 여름 끝자락, 우리 집 고양이, 강아지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지와 영상이 주가 되는 세상에 누가 글을 읽기는 할까? 주변에서는 개와 고양이는 귀여우니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며, 외국인들도 많이 본다며 진심을 담은 조언들을 건넸다. 하지만 영상 하나에 드는 품이 꽤 크다는 걸 알고, 내 성향 상 글에 기록자의 사유의 시간이 들어갈 틈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는 문장에 맞서 브런치를 선택했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종종 읽으며, 그 소재와 표현방법과 글의 짜임새와 유머까지 세상엔 참 멋진 스피커들이 많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특히 브런치는 아마추어리즘과 프로의 경계를 살짝 허무는 듯 오가는 특유의 맛이 있어, 표현방법은 서툴지라도 자신만의 진한 향기 나는 이야기들이 한가득해서 서점에 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재미가 있다.


(구구절절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 바가지인데 줄이겠습니다.)


어느 심사평에 '고급진 뷔페' 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데, 이런 고급진 뷔페 안에 나와 고양이, 개의 이야기를 슬며시 올려놓았다. 굳이 고르자면 우리의 이야기는 메인 식사가 끝나고 마무리로 향 좋은 커피와 먹는 그런 디저트 같은 이야기이다. 갈비, 회 등 무게감 있는 식사를 마치고 났을 때 커피와 같이 먹는 디저트.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뷔페의 디저트가 깔끔하고 입안을 가득 향으로 채우면 그 뷔페는 보다 좋은 인상으로 남는다.


펑펑 내리는 눈처럼 각 출판사의 코멘트와 심사평을 보며 위로받는 하루를 보냈다. 덕분에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훑어보았다. 서사를 써내려가는 힘을 가진 작가님들이, 어떤 단단한 이야기들로 이 무형과 유형을 오가는 사이의 공간을 채워주실지 기대된다.


(저는 무언가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 사실 가까운 지인 셋에게만 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알리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이지만, 떡볶이를 먹으며 이 호들갑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혔어요.

저희 집 식구들을 애정해주시는 독자님들께 정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받은 애정은 더 널리 쏟아보겠습니다. 올해 받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그리고, 곧 출판사와 미팅인데 혹시 후기 궁금하시면 조심스레 써보겠습니다.)


성탄절. 나의 강아지.
작가의 이전글 구독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__^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