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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s Ko Mar 21. 2024

[검도] 16일차, 무급 탈출

서울시 대한검도회 직원분들 급증 빨리 만들어 보내주시면 좋겠다

직장인이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는 무급이 아닐까. 유급휴가 무급휴가 할 때의 무급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의 검도 정체성은 무급이었다. '급'도 '단'도 없는 가장 꼬꼬마 상태의 무급.


승급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여 드디어 5급이 되었다. 검도 성인부는 5급→4급3급2급1급으로 2개월마다 승급 시험이 있다.


1급 이후 3개월이 지나면 단을 딸 수 있다. 초단→2단→3단→4단→5단→6단→7단→8단으로 성장하게 나뉘어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1단에서 2단 되는데 1년이 걸리고, 2단에서 3단 되는데 2년이 걸리고, 3단에서 4단 되는데 3년의 수련을 해야 한다. 내가 가진 단 수만큼의 연도를 단련해야 승단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진짜 무도의 길이란 험난하다는 사실에 놀랬다.


유소년부는 9급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초등학생들의 푸념이 있다고 한다. 태권도는 어린이와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이 참 잘된 스포츠로 발전 한 반면, 검도는 무게감 있고 도도한 무도의 길을 유지하는 것 같다.


대한검도회 회원증 받기를 기대하며 도장을 향했는데, 급증 나오는데 한참 걸린다고 한다... 대실망... 이 설렘을 즐길 수 있게 나도 노란띠라도 주면 좋겠다. 조카가 태권도 시험 합격하자마자 알록달록 띠를 가져와 자랑하고 파티하는 거 부럽다.



16일 차, 검도 5급의 첫 수업에서는 '연격'을 배웠다.

연달아 공격하는 연격은 머리치기와 좌우머리치기로 구성되었다.


한 발 앞으로 나가며 '야'기합을 내어 상대를 타격할 수 있게 거리를 좁힌다. 발구름과 함께 머리치기를 한 후 한발 더 나가며 상대의 검을 밀면서 다시 거리를 벌린다. 오른발 앞으로 나가며 검을 머리 위로 올리고 왼발이 따라오며 왼쪽머리를 타격한다. 앞으로 나가며 좌우머리 4번을 하고, 뒤로 물러서며 좌우머리 5번을 한다. 상대와 나의 죽도 선혁이 만나도록 뒤로걷기로 거리를 벌린다.


위의 동작을 2번 반복 후, 다시 '야'기합과 함께 한발 앞으로 나가 거리를 좁히고, 발구름과 동시에 머리치기를 한 후 앞으로 쭉 나아가 뒤돌아 중단자세를 잡고 묵례하여 상대에게 받아줘서 감사하다는 인사하는 것 까지가 연격 동작이다.


관장님의 머리(호구)를 직접 타격하며 연습할 때 초반엔 죽도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다른 곳을 칠까 봐 걱정 됐다. 관장님을 지켜드리고자 살금살금 죽도를 움직였다. 관장님이 괜찮다고 안심시켜 주셔서 허공에 연습하듯 해보니 생각보다 다른 곳을 때리지 않았다. 다행이다. 관장님을 지킬 수 있어서. 


혼자서 연격 동작들을 몸에 익힌 후 사부님과도 직접 타격하는 연습을 하는데 이번에도 살금살금 죽도를 움직이게 되었다. 타격부위에서 딱 멈추는 느낌으로 다시 시도해 보라고 용기를 주셔서 다시 시도하니 경쾌한 타격소리가 났다. 안전 보호구를 다 착용하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니 더 조심하게 된다. 내가 직접 호구를 쓰고 맞아봐야 어느 정도의 타격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되어 안심하고 타격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맞아보고 싶기는 또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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