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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s Ko Mar 29. 2024

[검도] 17일차, 너무 잘하고 싶어서 망친 순간

잘하고 싶은 귀한 마음, 감사한 경험

너무 좋아 주체 못 하는 감정 때문에 망쳐버린 관계처럼, 지금의 나의 검도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원하는 곳을 타격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양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검도는 왼손에만 힘을 주고 오른손은 방향 컨트롤과 멈출 때 힘을 줘야 한다. 양손에 힘을 주니 내가 원하는 부위에 타격이 안되고 나의 죽도는 엉뚱한 곳을 내려치고 있다. 손동작만 연습하면 왼손의 힘으로 죽도가 일자로 내려가는데, 발 동작과 함께 진행하면 본능적으로 오른손에도 힘이 들어가 죽도의 방향이 틀어진다. 


이제 죽도를 쥔 왼손에 힘주는 것에 집중하면 발동작이 꼬이기 시작한다. 팔을 올리고 죽도가 내려갈 때 같이 오른발의 무릎이 들리며 '쾅'소리가 나는 발구름을 시연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발과 손은 다른 박자에 내려오거나, 발 아플 까봐 사뿐히 내려온다. 


타이어로 만들어진 구조물을 상대로 머리치기 하는 연습으로 넘어가니 또 내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허공에 연습하던 것처럼 머리 부위에서 멈춘다고 생각하면 경쾌한 '딱'소리가 난다. 그러나 내려치는 것에만 집중해서 죽도를 내리면 '텅'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팔까지 충격이 타고 올라와 내 몸까지 상하게 한다. 

왼손에 힘주기와 발구름까지 신경 쓰니 타격 부위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을 까먹는다.


 단순히 내려치는 동작 하나 못하는 게 답답하던 중 검도를 오래 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원이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 내가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원하는 타격이 안 되는 거라고 한다. 죽도에 힘을 뺀 후, 발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말고 그저 무릎을 든다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러니 훨씬 동작이 좋아졌다. 


그냥 못하고 있다는 피드백이 아니라, 나의 동기까지 살펴봐 주는 경험자의 시각에 답답함이 사라졌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은 좋은 것이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자체도 좋은 것이다. 나는 지금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귀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훈련이 필요할 뿐이다. 조급함은 내려두자. 선수할 것이 아닌 취미 검도니까. 진정하자 나 자신. 일상에 이런 좋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 아니까, 이 시기를 즐기기만 해도 부족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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