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준기: 아메리칸 드림도 꿈꾸기 힘들구나...
미국에 온 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인터뷰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LinkedIn 메시지는 읽씹 당하기 일쑤였다. 내가 한국에서 명문대와 대기업을 다녔다는 사실이 가물가물해졌고, 앞치마를 입고 순두부를 서빙하는 내 모습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갔다.
그러다 운이 좋게 네 개의 회사와 비슷한 시기에 최종 면접을 우다다다 보게 되었다.
일단 나에게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첫 합격을 주었던 회사는 미안하지만, 별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인터뷰를 볼 때 사람들과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지만, 테네시(Tenesse) 주 내슈빌(Nashville)에 있는 회사의 위치가 처음부터 마음에 걸렸었다. 동양인 인구가 많지 않을뿐더러, 아는 사람이 없는 남부지역인지라 썩 내키지가 않았다. 게다가 연봉 협상 때 들었던 금액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물론 미국 회사를 경험하고 커리어를 쌓는 것에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연봉을 크게 따지지 않으려 했지만, 한국에서 받았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이미 최종 면접을 앞둔 다른 회사들에 비해 네임 밸류가 높지 않고 회사 규모도 직원 30명 남짓으로 작아서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 회사는 정말 가고 싶었다... 갓 상장된 스타트업으로, 사업 분야도 흥미롭고 전망도 유망해 보였다. 더군다나 senior (차장급) 포지션이었기에, 연봉도, 연차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두 차례 인터뷰와 과제 제출까지 모두 통과하고,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태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각 인터뷰를 일주일 간격으로 잡아놓고,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면접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면접이 취소가 되었다... 다른 후보가 면접을 먼저 봤고, 팀에서 그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더 이상 나와 면접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너무 속상해서 채용 담당자인 팀장과 리크루터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면접을 보지 못했다. (면접 준비하면서 회사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생각에 주식을 몇 주 샀는데 지금 마이너스다... 신 포도 심리로 안 가길 잘했다며 정신 승리 중이다...)
세 번째 회사는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아주 짧게 일했던 곳이다. 시급이 $90(!)에 senior 직급, 그리고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였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포부와 야망 가득한 상태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는 않았다...ㅎ
나는 한국에서 일할 때, 몇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끈 적이 있었기에, 당연히 senior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오만이요, 오산이었다.
일단 senior를 프리랜서로 계약할 정도로 상당히 타임라인이 급박한 프로젝트여서, 업무를 파악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팀장이나 팀리더 없이 차장들로만 이루어진 프로젝트여서, 나한테 다음 업무를 지시하거나 내가 한 일을 체크하거나 피드백해 줄 사람이 없었다... 미국 회사도 처음인데, 책임감은 크고, 낯선 사람들과 원격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니까, 매일 우왕좌왕, 우당탕탕했다.
그렇게 기고만장했던 나는 한껏 꺾여 겸손해진 마음으로 차장님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장착한 채 계약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보여준 게 너무 없어서, 양심상 차마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네 번째 회사는 바로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이다!
솔직히 말해, 미국 회사에 대해 내가 가졌던 환상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행복하게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