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동화 같은 이야기)
'옛날 옛적에 공주와 왕자가 살았습니다.'라고 말하는 흔한 동화책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 동화 속 로맨스를 꿈꾸고 있다. 왕자와 공주는 사랑을 약속하는 그 순간, 어김없이 멋진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날 때도, 잠든 공주에게 입 맞출 때도, 언제나 드레스는 그 시간을 함께했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결혼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건, 일명 '스드메' 중 '스',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34년 살면서 결혼을 앞둔 친구들의 스튜디오 촬영만도 다섯 번을 함께 했다. 예쁘고 행복한 얼굴로 그들만의 동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 좋으면서 슬펐던 것 같다. 부러움과 질투가 어우러진 감정이랄까. 그런 나라서, 스튜디오 촬영 날, 설레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의 밤을 지새우고 스튜디오로 향했지만 몸과 마음은 가벼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쁜 드레스를 입고 공주놀이를 하는 건 세상 행복한 일이었다. 드레스를 입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는데 헤어와 메이크업도 해주시니 제대로 공주놀이 한 셈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이제 막 시작한 나의 동화는 앞으로 어떻게 쓰이고 읽히게 될까.
은은한 햇살이 창문을 비추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며 원두커피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자가 직접 만든 토스트를 가지고 들어와 입맞춤으로 나를 깨워주는 이야기. 물론 현실 아침은 출근을 위한 전쟁터일 테고 또 휴일은 늦잠 잔다고 정신없을지라도, 나는 이 동화 같은 상상을 멈추고 싶지 않다.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오랜 이야기 속 결말처럼, 나도 왕자님과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쓰려한다. 이제 나의 동화가 시작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