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연애부터 결혼까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무언가 특별한 표시가 있을 거라 기대했다. 종소리와 함께 새가 날아간다던지,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온다던지. 그러나 나의 경우는 특별하기보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참 애쓰며 연애를 했던 것 같다. 서로에게 맞춰주기를 바라고 아닌 걸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내 맘 같지 않은 연락을 기다리면서 좀 더 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 그런 연애. 거기다 6년 전부터 나에게는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할 때도 남들보다 배로 고민하고 망설이고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까지 생각할 나이다 보니, 상대방도 상대방이지만 그의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혹여 누군가 고백을 해오면 만남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의 병을 먼저 이야기하기도 했고 일부러 상대방 부모님께 교제를 미리 허락받아 오라고 말했다. 마음을 준 뒤 이별하는 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연애는 어려웠고 힘들었다. 그만치 마음이 다쳤고 또 마음이 닫혔다. 결혼이 정말 하고 싶었던 나지만 결혼이 정말 어려웠던 나이기에 점점 내려놓게 되었다.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 하면 되겠지, 하나 둘 마음을 내려놓고 열심히도 백패킹을 다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땀을 흘리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졌다. 그렇게 배낭에 위로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 만난 나의 인연. 침낭을 빌려주는 게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다. 동호회에서 만나 일면식도 없던 남자가 침낭을 빌려준다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동갑에 말도 잘 통하고 밤낮으로 연락을 하는 시간이 좋았지만 나는 섣불리 표현할 수 없었다. 그냥 천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스며들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우리는 설레는 만남을 이어갔고 평범한 연애를 시작했다. 백패킹으로 만난 인연이다 보니 구두보다는 등산화를, 화장한 모습보다는 땀 흘리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며 연애를 해서일까. 아니면 이미 마음을 내려놓고 난 뒤 시작한 만남 이어서일까. 우리의 시간은 특별하지 않은 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리 만치 애쓰지 않는 연애였다.
그래서일까. 우린 3월 3일 결혼했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특별한 표시가 있을 거란 나의 생각은 제대로 빗나갔다. 특별함 대신 지극히 평범한 시간으로 가득했던 우리의 연애였고 결혼이었다. 앞으로 나의 결혼생활도 특별할 거란 기대는 없다. 지금처럼 애쓰지 않고도 이렇게 사랑하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p.s 애쓰지 않는다는 게 덜 사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