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7
오랜만에 멀리 있는 도서관에 들렀다. 사서인지, 이용자인지 모를 누군가의 북 큐레이션이 참 마음에 드는 도서관이라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는 곳이었다. 신착도서에 꽂혀있던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를 홀리듯 챙겨 왔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문학 릴레이 시리즈 바통의 다섯 번째 책이었다.
그동안 수상작 모음집(젊은작가상 수상집,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황금펜 수상작, 한국 과학 문학상 작품집 등)이나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집, 아니면 장르물을 다루는 안전가옥 출판사 작품집을 즐겨 읽어왔는데, 믿고 볼 수 있는 새로운 단편집 시리즈를 추가할 수 있어 기뻤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니 앞서 발간된 4권의 책이 선물처럼 남아있는 기분이다.
다른 매체의 원고를 쓰다 보니 감을 잃지 않으려고 순문학 단편을 공부하듯 읽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 편, 한 편 아껴서 읽었다. 젊은 작가들이 쓴 8편의 단편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래 이게 한국 단편이지.
그들은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픽션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분명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된 이야기일 텐데 인류학자가 현재의 우리를 관찰한 보고서 처럼, 역사학자가 우리를 기록한 것처럼 한 인물의 한 순간을 담아내었다. 현재, 우리 중 누군가의 이야기. 누군가를 보며 가져봤을 법한 감정을 작가에게 들킨 것 같았다.
깔깔거리고 웃었고(젊은 근희의 행진, 첼로와 칠면조) 뒤틀린 인간의 심연에 섬뜩했고(모자이크), 희망을 품었고(빛나지 않아요), 외국 어딘가에서 외노자로 살아갈 청춘을 응원했다(포르투갈).
공부하듯 쌓아놓고 읽었던 수상작 모음집 보다 훨씬 좋았다.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사라지는 건 여자들 뿐이거든요>, <파인 다이닝>, <호텔 프린스>
아직 읽지 못한 바통 시리즈 역시 그 도서관에 소장되어있다. 도서관의 큐레이션을 풍성하게 해준 누군가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