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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Dec 09. 2022

미안함을 먹고사는 사람

2022.12.08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갖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죄책감을 갖게 만들어 기어코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이기적이며 죄책감이 없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다. 시간이든 돈이든 마음이든.



주인공을 가스 라이팅 하는 안타고니스트를 그리기 위해 가스라이팅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관련 책과 논문, 심리학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며 정리했다. 가스라이팅이란 상대방의 심리·상황 등을 조작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고, 타인의 정신을 지배·조종하는 행위를 뜻한다. 



관련 자료를 접하면서 떠오르는 주변 인물이 있었다. 사실,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조차 미안했다. 하지만 책과 논문, 영상에서 예시를 든 상황에 너무나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쉽게 용서하고 잊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호도된 감정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각 상황을 글(이야기)로 썼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믿기지 않아 표로 만들었다. 서로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작성해보았다. 잘못한 사람은 A였는데, 마지막에 죄책감을 갖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선약이더라도 종종 늦게 왔다. 그 일을 마친 뒤에야 연락이 됐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들을 언제나 잘 활용(?)했다. 언제나 경제적으로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지만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다. 자신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당연하게 요구하고 끝내 받아냈다.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시간과 노동도 당당하게 요구했다. 주변 사람들은 무임으로 인테리어를 도왔다. 주변 사람들은 무거운 것을 함께 날랐고 마케팅을 위한 문구를 작성했다. 하지만 모든 수익은 오롯이 A의 몫이었다. 



언제나 궁핍하고 어려운 사람은 자신이었고 주변 인물들은 그를 돕는 조력자여야 했다. 반복되는 그 상황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실망하면, A는 자신이 크게 상처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눈물을 보이고 아파했다. 늘 외롭고 상처받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함을 갖지 않을 사람은 드물었다. 마지막에 죄책감을 갖는 사람, 결국 미안해하는 것은 A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었다. 



A는 미안함을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A에게 미안해진 주변 사람들은 결국 A에게 기꺼이 시간, 마음, 돈을 쓴다.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이상하게 찜찜했던 순간들이 갑자기 또렷해졌다.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고 관찰하며 표면 너머의 속내, 그 사람의 본질을 알게 된다고 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것을 글로 쓰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잘못이 아님에도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 미안함을 먹고 사는 사람. 그 사람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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