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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한 Apr 05. 2023

이직 고민의 시작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짱돌 하나

우리 회사 와서 일해보지 않을래?


예상했던 멘트가 선배의 입에서 나왔다.

단둘이 저녁식사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밥을 사주겠다는 전화를 받은 시점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었다.

복지와 처우, 기업문화까지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 안정적인 대기업 A사에서 모든 환경과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스타트업 B사로 이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전에도 종종 받았던 이직 제안은 같은 이유로 거절해 왔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은 내가 A사에 뼈를 묻을 것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했다. 나 역시 A사에 맞춰 직업관이나 생활패턴을 만들어나갔고 6년이 흘러 한치 오차 없는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일과 삶이 꼭 맞물러 돌아가고 있음에 만족했다.


그렇다고 제안을 받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B사의 상황이나 업무에 대해서 면밀하게 듣고 적당한 염려사항을 둘러댄 뒤 고민의 시간을 달라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부드럽게 거절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집에 돌아와 따듯한 차 한잔을 마시며 제안을 곱씹었다. 어떤 말로 거절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A사를,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나와 다른 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번갈아 살폈다. 계산기도 이리저리 두들겼다.


생각의 꼬리를 물어갈수록

6년간 쌓아 올린 직업관의 아성에 균열이 가고 있었음을 발견했다. 이 제안을 계기로 평소에 몰래 품고 있던 미심쩍음이 캐캐묵은 먼지를 벗고 선명해졌다. 숙련된 장인의 미장질처럼 빈틈없이 견고하다고 생각했지만 완벽해 보이는 마감 속 어딘가에서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꺼림칙한 느낌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왜 나는 남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이 좋은 직장에서 목마름을 느끼는 걸까. 이 갈증의 근원은 무엇일까. 나는 뭘 원하고 어떤 미래를 바라는 걸까. 그건 이직이라는 방법만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답이 없는 문제의 경우 타인의 조언을 듣는다고 한들 큰 도움이 안 된다. 타인은 타인의 인생을 살고 있고 그들은 내 선택에 책임을 맡아주지 못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했다. 혼자 조용한 방 안에서 차를 마시고 홀로 공원을 거닐었다. 끈질기게 자문하고 생각을 글로 옮기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구체화시켰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정리된 항목들을 뽑아볼 수 있었다.


항목들은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적어봤는데 첫 번째로 소개할 친구들은 이직하지 않고 남게 되는 경우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

즉, STAY RISK다.


중요도 순으로 언급하자면,


직무 성장

연봉 상승률과 기본급 비중

리더십 성장

경영 이해도


STAY RISK는 이 4가지 항목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회사의 가치를 결정짓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으로 배치했고 이 범주를 벗어난 영역은 나의 의사결정에 크게 작용되는 요소는 아니라고 결정 내렸다.


여기서 결정 내렸다는 표현이 중요한데 '리스크가 아니다'라는 정의 또한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직주근접"요소를 포기했고 결과적으로 이직 전 대비 왕복 3시간의 출근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렇게 최종 정리된

이직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의 상세소개는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연봉상승률과 기본급비중부터 다음장에서 상세히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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