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만남>,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남유정 NYJ 아트 브릿지 <만남>
안무-연출 남유정, 출연 남유정 정건 이승은 강다솜 임솔지, 음악-연주 김성광, 보컬 권현정
2018년 4월 14일 토요일 20:00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한남동에 자리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개방형 박스 프레임이 인상적인 건축물이다.(최문규 설계) 대지의 4분의 1만 건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빈공간으로 비워두워 뒤쪽 전망이 시원하게 트여 있다. 뮤직라이브러리도 외장이 유리라서 밖에서 다 보이고 1층엔 카페, 지하엔 공연장 언더스테이지가 있다. 언더스테이지는 보통 음악 공연을 많이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무용 중심의 다원예술 <만남> 공연이 있었다.
공연 장소부터 이례적이다. 좀처럼 무용 공연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역으로 재미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연을 보기로 마음먹는 데는 '장소'가 큰 몫을 했다. 여기서 어떤 공연을 만들어낼지 궁금했다. 공간의 변화는 관객의 감각도 변화시킨다. 공연학에선 '발견된 공간'이란 개념이 있다. 카페나 공원 같은 일상 공간을 공연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실험을 가리킨다. 극장을 벗어나는 만큼 제약이 따르지만 관객에겐 이색적인 경험을 안겨주게 된다. 시각 중심이 아니라 공감각적인 경험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미술관 퍼포먼스나 변형 무대를 좋아한다. 2000년대 초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있었던 손인영의 <감각>, 2012년 문화역서울284에서 초연하고 2016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다시 선보였던 차진엽의 <로튼 애플>이 그런 좋은 예다.
<만남> 공연은 지상 빈공간에서 시작된다. 관객은 비교적 자유로이 이동하며 반원을 그리며 서서 본다. 여성 무용수 셋, 남성 무용수 하나, 그리고 나레이션을 맡은 배우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천천히 배회하며 이따금 관객의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한다.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의 접촉. 흰 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는 벽쪽 공중에 따로 고립돼 있다. 이 여성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남성과 만난 뒤 무대는 지하로 이동한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도착한 언더스테이지는 전면 무대와 왼편 뮤지션석, 오른편 좁은 사선형 무대가 있고 관객은 좌석없이 서서 이동하며 보게 된다. 공연은 두 군데 무대 외에 바닥에서도 이루어지고 관객은 계속 조명이 비추는 곳을 따라 움직인다. 출연자들도 계속 이동해야 해서 진행요원들이 적절히 동선 가이드를 해준다. 출연자와 관객의 거리도 때론 아주 근접한다.
관객 체험의 측면에서 신선한 시도이고 흠미로운 연출이다. 관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이번 공연은 예술적 완성도보다 교감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지향했다고도 여겨진다. 그래서 남녀의 만남과 사랑 같은 쉽고 보편적인 주제로 끌고 갔으리라.
그래도 단순한 스토리텔링과 '친절한' 춤에는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안무의 독창성을 찾기 힘들고 나레이션은 너무 작위적이다. 마지막 결론(나레이터의 임신=만남의 결실?)은 약간 생뚱맞다. 그렇지만 일단 시도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관객 입장에선 재미도 있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뜻밖의 지점에서 무용수가 나타나고.... 이런 효과는 대체로 고정 무대를 버리고 관객 속으로 뛰어들었던 데서 기인한다. 춤을 추려면 일정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구상하기는 쉽지 않고 또 춤의 제약도 많다. 그래도 좀더 실험적이고 관객과의 과감한 접촉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중간에 나온 라이브 연주와 보컬의 노래는 공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