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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Jun 27. 2022

묵묵히 나의 글을 쓰는 법

 ‘지금  올리러 갑니다 관한 글을 쓰면서 고교 시절 배웠던 문학을 잠깐 언급했다. 문학은 되바라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말이 정답처럼 느껴져서 한없이 주눅 들곤 했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고는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다. 다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교수님이 학보사 주간으로 부임하면서였다. 내가  문화 기사를 읽고 그는 소설은   쓰느냐고 물었다. 소설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소설을 안 쓴 지도 오래됐고, 전공 특성상 번역본을 많이 읽어 번역 투가 습관처럼 나왔다. 그래도 공강 시간마다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쓰고 싶은 말들을 다 쓰다 보니 어느덧 원고지 90매가 넘었다. 아마 고교 시절에 이런 소설을 썼다면 “자의식 과잉”이라는 평을 들었을 거였다. 윤 교수님도 비슷하게 평가하지 않을까, 이런 걸 소설이라고 평을 부탁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윤 교수님은 악평보다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내 소설은 누구 보여주기 부끄러울 수준이 맞다. 그런데도 그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지, 때때로 그 마음을 생각해본다. 문학은 이래야 해, 저래야 해 하는 세간의 평가와 말들에 갇혀 있는 청년이 안타까웠던 건 아닐지. 어떤 까닭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이런 글도 있고 저런 글도 있는데, 꼭 모든 글이 비틀리고 되바라질 필요는 없다는 것. 정직한 문장도 충분히 매력 있다는 것. 이런 깨달음은 이래라저래라 하는 주변의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글’을 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 그 후로 문창과 친구에게 들은 비하인드 스토리. 윤 교수님은 타과생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호평만 한다고 한다. 문창과로 전과하게 한 다음, 막상 전과하면 신랄하게 비평해주신다는데… 그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므로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창과로 전과 안 해서 다행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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