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네스장 Feb 26. 2024

이거다! 싶을 때까지

보고 또 보고의 반복

호텔 인테리어 가구 담당 10년차, 침대부터 쿠션까지,
호텔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가구 보는 시야를 함께 넓히기를 바라요. 


5성급 호텔을 짓는 데에는 과연 몇 가지 종류의 가구가 들어갈까?

일반적인 객실 하나에도 헤드보드, 침대 프레임부터 나이트 테이블, 라운지체어 및 테이블과 데스크 및 데스크 체어가 들어간다면 7종의 가구가 필요하다. 호텔 객실에는 이런 스탠더드 더블과 트윈룸 이외에도 조금 더 넓은 1.5 베이, 거실이 포함된 2 베이, 3 베이 등 룸의 개수에 따라 여러 타입의 객실이 있다. 뿐만 아니라 프레지덴셜 스위트, 로열 스위트 같은 최고급 6 베이, 10 베이 스위트 객실 또는 캐릭터룸, 한실(온돌룸) 등 각 호텔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특화 객실도 있을 수 있다. 객실 타입별 디자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5성급 호텔을 기준으로 객실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만 해도 약 70~100종이 될 수 있다. 공용공간 및 식음업장의 가구까지 포함하면 한 호텔을 오픈하는데 200~300여 종 이상의 다양한 가구를 설계하고 제작한다. 그야말로 다품종 소량 생산의 프로세스이다.


가구가 호텔 공간에 세팅될 때까지의 다품종 소량 생산의 과정은 어떠할까?

기성가구 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에 들어가는 노력이나 시간만큼 다양한 품목의 가구를 모두 검토할 수는 없겠지만, 한 아이템을 설계부터 제작까지 단계별로 여러 차례 검토한 후에야 비로소 현장에 세팅된다.

설계단계에서 적합한 용도에 맞는 디자인을 찾으면서 이미지로 보고, 인테리어 디자인에 맞게 적용할 마감재가 달라지는 것을 상상하며 투시도상 공간에서의 느낌을 보고, 도면으로 그리면서도 비례나 사이즈감을 상세히 본다. 제작에 투입되면 각종 마감재 샘플부터 만들어서 검토한 후에, 프로토타입 샘플 가구를 도면 데로 만들어보고, 개선점을 찾는 과정을 갖는다. 수정 요청한 부분이 반영된 샘플 가구를 몇 차례 볼 수도 있고, 확정된 내용으로 본물량을 생산하면서도 최소 두 차례정도 검수를 한다. 구조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한번, 마감이 입혀지는 단계에서 또 한 번 보는 것이다.

직접 공장에 못 가는 경우에는 제작 과정을 사진으로라도 받아서 본다. 사진으로 보면 실제로 보는 것보다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잘 보이기도 하는데, 사진으로 피드백을 전달하면 공장 관리자분들께 듣는 말이 있다.


"그게 보여요?, 책임님 눈은 진짜 속일 수가 없네요!"


여러 번 보면서 이런저런 검토를 많이 한 만큼 개선해야 할 것이 눈에 띄고, 많이 본 만큼 결과물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전체 공간의 가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특정 공간, 특정 기능을 위한 맞춤 가구를 찾거나 디자인을 직접해야 할 때도 있다. 아이템이 한 개여도 단계별 과정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거다 싶은 확신이 들 때까지 찾고 또 찾는다. 가구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마감재가 될 수도 있다. 가구가 놓일 공간에 딱 적합한 디자인, 필요한 기능을 충족시키는, 그러면서도 내구성이 좋고 관리도 용이하도록 디자인을 하면서 계속 디벨롭시킨다. 그렇게 공간을 살리는 가구를 만들어낸다.


가구에 적용할 원단을 찾는 과정

마감재는 조명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색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무실에서 볼 때, 공장에서 볼 때와 현장에서 볼 때가 다 다르다. 이를 감안하여 현장과 최대한 유사한 조명 아래서 고르거나 자연채광에서 고르는 것이 좋다.

 

조금만 더 키워주세요! 여기는 줄여주세요!
조금만 더 기울여주세요!
너무 날카롭지 않게, 조금만 더 굴려주세요!


공장에 검수를 가면 조금만 더 더 더...라고 끝없이 요청한다.

'하자'만 안 생기면 된다고 사람 좋은척하면서, 사실은 요청사항이 많은 디테일 덕후이다.

10mm 늘리고 5mm 줄이는 그 5mm의 다름을 이해하고, 알겠다고, 그게 더 좋겠다고, 해주겠다고, 해주시는 분들과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샘플 의자 검토


주문제작 가구 프로세스

- 필요한 용도 및 위치 확정
- 디자인 형태, 마감재 및 사이즈 결정
- 사양서 확정 및 설계도면 작성
- 마감 샘플 검토 및 확정
- 샘플 가구 제작, 검토 및 확정
- 본물량 제작 과정 검토
- 본물량 도장 및 마감 상태 검수
- 현장 입고 및 가구 세팅


* 가구가 호텔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인 테이블의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